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삼성타선이 조금씩 살아난다.
삼성이 27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을 잡았다. 삼성으로선 의미있는 1승이다. 이날 패배할 경우 시리즈 스코어 0-3으로 몰리는 상황. 그러나 반격의 1승에 성공하면서 1승2패로 따라붙었다. 여전히 전체적인 주도권은 두산에 있다. 하지만, 이날 삼성이 두산의 흐름을 야금야금 빼앗았다. 한결 부담을 덜고 4차전에 임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의 첫승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선발 장원삼의 좋은 투구가 돋보였다. 그러나 그 보다 더 고무적인 건 타선의 유기적인 모습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정규시즌 팀 타율 0.283으로 2위를 차지한 삼성. 삼성의 가장 큰 장점은 상황에 맞는 타격과 결정능력이다. 하지만, 삼성은 연장 14회 접전 끝 패배했던 지난 2차전서 무려 16개의 잔루를 남겼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잔루. 삼성은 8회와 10회, 11회에 연이어 결정타를 날릴 기회를 놓쳤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타순에 변화를 줬다. 일단 1차전서 손목을 다친 박한이와 2차전서 팔뚝을 다친 정병곤이 정상적으로 선발라인업에 가세했다. 그리고 우타자 김태완을 2번으로 올렸다. 상대 선발이 좌완 유희관이었기 때문. 대신 1차전서 2번타순에 들어섰던 박한이는 7번으로 내려갔다. 김태완과 박한이가 서로 타순을 맞바꾼 셈이다. 김태완의 정규시즌 유희관 상대기록은 5타수 무안타, 박한이의 정규시즌 유희관 상대기록은 10타수 2안타였다. 둘 다 유희관에게 약했으나 우타자를 전진배치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묘수였다. 그리고 박한이의 컨디션이 혹시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류 감독의 타순변경은 성공했다. 김태완은 1회 2루타, 5회 단타 등 안타 2개를 날렸다. 7번으로 내려간 박한이도 안타를 날리진 못했으나 상대 실책으로 선취점에 기여했고, 7회엔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뒤 3루도루에 성공했고 홍상삼의 폭투에 홈을 밟아 추가점을 올렸다. 두산의 4차전 선발투수는 일단 이재우로 예상된다. 혹시 노경은이 나설 가능성도 있는데, 류 감독이 김태완과 박한이의 타순을 다시 바꿀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삼성 타선의 컨디션은 전반적으로 좋아진 모습이다. 2회 김태완을 시작으로 3회 이승엽, 4회 박석민 등 2루타가 연이어 터지기 시작했다. 채태인이 침묵했지만 최형우도 안타 1개를 날렸다. 중심타자들의 컨디션은 꾸준히 더 좋아지는 듯하다. 삼성 박석민~최형우~채태인~이승엽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쿼텟은 4~5차전서도 좋은 타격을 기대할 만하다. 7안타였지만 값졌다.
또 하나. 이날 삼성 타선은 작전수행능력도 돋보였다. 2회 1사 1루, 3회 1사 1루 찬스를 놓쳤으나 4회 1사 만루에서 상대 실책으로 선취점을 얻어낸 뒤 이지영이 흔들리던 유희관을 상대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이때 더 인상깊었던 건 1루주자 박한이와 2루주자 이승엽이 각각 2루와 3루로 진루한 것. 재치있는 베이스러닝이었다. 두산 좌익수 김현수가 김태완의 타구에 홈으로 쇄도하던 최형우를 잡기 위해 홈 송구를 하는 사이 2루와 3루를 파고든 것. 정병곤의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추가점이 무산됐으나 삼성 특유의 끈적거리는 응집력이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삼성은 7회에도 값진 점수를 얻었다. 선두 박한이가 두산 2루수 오재원의 실책에 1루를 밟았고, 이지영은 차분하게 1루 방면 희생번트에 성공했다. 이후 박한이가 3루 도루에 성공한 뒤 홍상삼의 폭투에 홈까지 파고들었다. 이지영의 희생번트, 그리고 박한이의 기습적인 3루 도루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두산이 7회 곧바로 2점을 추격했다는 걸 감안하면 박한이의 7회 3점째 득점은 엄청난 의미를 지녔다. 삼성타선이 조금씩 살아난다. 뻥뻥 터지진 않았지만, 특유의 응집력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 향방은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삼성 선수들. 사진 = 잠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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