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유독 이승엽의 축 처진 어깨만 부각될까.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좋은 활약을 한 타자도, 좋지 않은 활약을 한 타자도 있다. 삼성 이승엽은 후자에 속한다. 이승엽은 이번 한국시리즈서 홈런과 타점 없이 19타수 3안타 타율 0.158 1득점을 기록 중이다. 이승엽은 올해 정규시즌서도 111경기서 타율 0.253 13홈런 69타점으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올렸다.
이승엽 외에도 이번 한국시리즈에 참가한 선수 중 타격 부진에 시달리는 타자가 있다. 배영섭, 박한이, 이지영, 정병곤 등이 31일 기준으로 2할도 채 되지 않는다. 두산에서도 이종욱, 김현수, 오재일, 홍성흔, 김재호 등이 1할대에 머물렀다. 이승엽 혼자 부진한 건 아닌데, 팬들에겐 유독 이승엽의 부진이 깊어 보인다. 이승엽은 요즘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다.
▲ 8억원의 사나이, 국민타자에게 거는 기대감
이승엽은 올 시즌 연봉 8억원을 받았다. 김태균(한화)에 이어 연봉 2위였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9월 14일 대전 한화전을 끝으로 허리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삼성이 시즌 막판 극적인 8연승을 내달리며 정규시즌 우승에 골인했지만, 이승엽은 별 다른 공헌을 하지 못했다. 7~8월 잠시 살아났으나 올 시즌 전반적인 성적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그런 이승엽에게 변함없이 믿음을 보낸다. “이승엽이 안 쳐주면 누가 쳐주노?”라는 게 류 감독의 지론이다. 삼성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8억원이라는 묵직한 연봉처럼, 이승엽에게 거는 기대감도 묵직하다. 팬들 뇌리 속에 이승엽은 여전히 국민타자다. 언젠간 극적인 한방을 때리면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이승엽은 과거 국제대회와 큰 경기서 잠잠하다가도 극적인 한 방을 자주 날렸다.
▲ 이승엽의 스윙은 예전 같지 않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이승엽의 스윙은 예전 같지 않다. 몸쪽 코스에 커트조차 되지 않는다.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전혀 골라내지 못하고 헛스윙 한다. 누구나 몸쪽, 떨어지는 볼에 약하다. 그러나 지금 이승엽은 전성기에 비해 스윙스피드, 선구안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두산 투수들은 당연히 이승엽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승엽은 통산타율이 0.301이다. 한방 못지 않게 정교함이 주특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배트 컨트롤 능력이 떨어진다. 좋지 않은 공을 파울로 걷어내지를 못한다. 홈런이 될 타구가 워닝트랙에서 잡힐 정도로 파워도 많이 떨어졌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38세다. 기량 하향세가 당연하다. 일각에선 불혹의 LG 이병규도 펄펄 날아다녔는데 왜 이승엽은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한다. 하지만, 이병규는 특수한 케이스라고 봐야 한다.
▲ 이승엽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서 이승엽의 타순을 6번으로 내렸다. 정규시즌서는 삼성 레전드를 대우하기 위해 중심타선에 놔뒀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는 팀이 우승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다. 이승엽을 6번으로 내려 팀도 살리고, 이승엽의 부담도 줄어들길 바랐다. 하지만, 이승엽은 또 다시 부진하며 류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인 실력으로 보면 이승엽에게 이젠 국민타자란 칭호가 썩 어울리진 않는다. 하지만, 팬들은 예전처럼 언젠간 이승엽이 영웅이 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강한 게 사실이다. 반대로 이승엽의 현실을 일찌감치 파악한 팬들은 류 감독이 이승엽에 대한 기대치를 더 낮추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승엽 대신 다른 선수를 기용했다면. 그 역시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이승엽 같은 스타를 빼는 건 그리 쉽지 않다고 말한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몸이 좋지 않은 간판타자 김동주를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넣지 않았다. 알고 보면 김 감독이 큰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김동주보다 다른 선수들이 더 잘 것이라고 믿었다. 김동주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 것이다. 반면 류 감독은 이승엽에게 끝까지 믿음을 줬다. 그렇다면 이승엽이 그 믿음에 보답하면 된다. 그게 프로의 숙명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승엽에 대한 기대치를 더 낮추는 게 맞다. 사실 이승엽이 극적인 한 방을 때려 삼성을 한국시리즈 대역전 우승으로 이끈다고 해도 올 시즌 전체적인 활약상을 보면 결코 칭찬을 받긴 어렵다. 다만, 이승엽으로선 땅에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끝까지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과 후배들을 위해서 회심의 한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참으로 복잡미묘한 일이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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