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11년을 기다렸다. 대구 팬들이 활짝 웃었다.
1일 대구구장. 삼성 류중일 감독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을 앞두고 “6시간 뒤에 저기서(그라운드)서 헹가래를 받을지, 아니면 저기 들어가서(라커룸) 고개 푹 숙이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기대된다. 저기서 붕붕 떠 있는 거”라며 웃었다. 류 감독은 이날 밤 그라운드 정중앙에서 삼성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역력했다.
류 감독의 소원이 이뤄졌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3연패를 차지한 팀이 됐다. 삼성은 대구 1~2차전을 모두 내주면서 첫 단추부터 옳게 끼우지 못했다. 잠실 3연전서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거뒀고 여세를 몰아 대구 6~7차전을 연이어 잡아내면서 대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뜻 깊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삼성은 2007년 SK 이후 6년만에 지방구단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를 홈에서 치르는 팀이 됐다. 삼성으로선 2002년 한국시리즈 이후 11년만에 홈에서 대구 팬들과 함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불행하게도 현행 한국시리즈 규정상 지방 팀들의 팬들이 홈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방에서 지켜보는 게 쉽지 않다.
현행 한국시리즈 규정상 관중 2만5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이 맞붙을 땐 1~2, 6~7차전을 정규시즌 상위팀 홈에서, 3~5차전을 하위팀 홈으로 쓴다. 그러나 두 팀 모두 2만5000명 이하 구장을 홈으로 쓰거나 지방팀들의 맞대결서는 무조건 5~7차전을 잠실구장에서 중립경기로 치른다.
이런 이유로 2만5000석에 미치지 못하는 구장을 홈으로 쓰는 지방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면 두산이나 LG와 한국시리즈서 맞대결하지 않는 한 절대로 홈에서 우승을 확정하지 못한다. 정규시즌 우승팀은 1~2차전을 홈에서 치른 뒤 더 이상 홈 경기 스케줄이 없다. 4승으로 우승해도 원정지에서 우승을 할 수 있다. 삼성이 이런 케이스인데, 2005년, 2006년, 2011년, 201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잠실에서 확정했다. 상대팀이 두산, 한화, SK였는데, 2006년, 2011년, 2012년엔 연이어 중립지역인 잠실에서 우승하면서 대구 홈 팬들과 우승 확정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심지어 2001년까진 단 1팀이라도 2만5000석 수용을 하지 못하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경우 5~7차전을 무조건 잠실에서 치렀다. 때문에 삼성은 2001년 한국시리즈서 정규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두산과 맞붙었으나 3~7차전을 모두 잠실에서 치렀다. 5~7차전은 중립경기였으나 두산과의 잠실 중립경기는 무늬만 중립이었지 원정게임이었다. 결국 삼성은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이후 KBO는 지방팀과 잠실을 쓰는 팀들이 한국시리즈서 붙을 경우 상위팀에 무조건 1~2차전, 6~7차전 개최를 허용했다. 삼성은 2002년 곧바로 드라마를 연출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와 한국시리즈를 치렀는데 6차전서 3점 뒤지던 9회 이승엽의 동점 스리런포와 마해영의 끝내기포로 대구 홈 팬들 앞에서 극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었다.
삼성은 이후 두산 혹은 LG와 한국시리즈서 만날 기회가 없었다. 2013년. 2002년 이후 11년만에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한국시리즈서 만났다. 삼성은 5~7차전서 한국시리즈를 끝내면 11년만에 대구 홈 팬들과 한국시리즈 우승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전력상 두산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대구에 거주하는 삼성 팬들은 더더욱 희망에 부풀어있었다. 삼성 팬들의 희망은 7차전 접전 끝에 현실화됐다.
결국 삼성은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에 이어 11년만에 홈에서 한국시리즈 축배를 들었다. 1승3패 팀의 최초 4승3패 뒤집기.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이승엽의 동점 스리런포와 마해영의 결승 끝내기 솔로포만큼이나 짜릿했다. 대구 팬들은 국내야구 최초로 홈팀이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홈에서 일궈내는 장면을 지켜봤다. 국내야구 역사를 장식한 것이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대구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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