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FA 미아가 사라질 것인가.
FA 시장이 개장했다. FA 권리를 행사할 16명의 선수들은 10일부터 16일까지 원소속구단과 우선협상을 벌인다.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이 결렬된 선수들은 17일부터 23일까진 원 소속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과 협상한다. 23일까지도 FA 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는 24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원 소속구단을 포함한 9개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그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기존 FA 규정에 따르면 1월 15일까지 계약을 맺지 못한 FA들은 KBO에 다음 시즌 등록이 허가되지 않았다. 무적신분으로 한 시즌을 쉰 뒤 다시 FA 자격을 받았다. 하지만, 바뀐 FA 규정에 따르면 FA 선수들이 내년 1월 15일까지 계약을 맺지 못하더라도 이후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협상 및 계약이 가능하다. FA 계약 실패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쉬는 낭패를 보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낮아졌다. 그동안 FA 미아들은 늘 골칫거리였다. 선수 본인들도, 구단들도 서로 부담스러웠다.
▲ 결실을 맺은 이도형의 용기
2011년 1월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당시 한화에서 FA 자격을 얻은 이도형이 서울지방법원에 KBO를 상대로 야구규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바로 야구규약 161조 6항에 명시된 '1월15일까지 어떠한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FA선수는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된다. 단, FA선수로 공시돼 자유계약선수가 된 경우 그 선수와는 당해년도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이는 철저하게 특급 FA 선수들에게 유리한 조항이었다. 성적이 썩 좋지 않고 팀에서 비중이 적었던 선수가 FA가 될 경우 부담스러운 조항이었다. 쉽게 말해서 이런 케이스의 선수가 FA 신청을 할 경우 원 소속구단에서 외면해버리면 타 구단과의 계약은 더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그 당시까지 타구단이 FA를 데려갈 경우 무조건 직전시즌 연봉에서 50%를 인상한 금액의 200%와 보호선수 18인 외 1명을 보상선수로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혹은 직전시즌 연봉에서 50%를 인상한 금액의 300%를 내줘야 했다.
결국 FA 자체의 시장 가치가 낮은데 보상장벽은 특급 FA들과 똑같기 때문에 최소 준척급 FA가 아니면 FA 권리를 행사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괜히 FA를 신청했다가 계약을 맺지 못하면 1년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이도형은 FA 보상규정이 명시된 야구규약 164조 1항의 가처분 신청도 함께 했었다. 참고로 이도형은 2010시즌 후 이런 케이스에 걸려 그 어떤 구단과도 계약을 맺지 못한 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도형은 후배들을 위해 FA 제도가 수정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통감하고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결국 법원은 이도형의 손을 들어줬다. 야구규약 161조 6항이 사실상 사문화됐다. 그리고 이번 FA 시장에서 마침내 고쳐졌다. 내년 1월 15일까지 계약을 맺지 못한 FA들은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어느 구단과도 일반적인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다만, FA 보상규정이 명시된 164조 1항은 여전히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KBO는 2011년 1월 당시 FA 보상 규정을 전년도 연봉 200%에 보호선수 20명 외 1명 혹은 전년도 연봉 300% 보상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특급 FA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 1월 15일 이후 계약 가능, 구단도 FA도 부담 덜었다
일단 이번 조치로 FA 미아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성적이 썩 신통치 않았던 선수들도 FA에 도전해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FA 선수가 혹시 1월 15일까지 계약을 맺지 못하더라도 이후 어떤 구단이든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월 15일 이후엔 FA 계약이 아닌 일반 계약밖에 할 수 없으니 다년계약을 할 수 없다. 적당한 연봉으로 1년짜리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해당 FA로선 FA 미아 위험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둥지를 찾거나 원 소속구단에 남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다. 원 소속구단이 적당한 금액에 해당 선수를 붙잡을 수도 있고, 타 구단 입장에선 보상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니 역시 적당한 금액에 자유롭게 데려갈 수 있다. 오히려 해당 FA가 이 케이스를 잘 활용하면 1월 15일 이후 의외로 쏠쏠한 대우를 받고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팀들로선 이 시기가 또 다른 전력보강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제도 변경으로 FA 미아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3년 전 이도형의 용기와 KBO의 FA 제도 수정. FA 자격을 얻은 모든 선수에게 직장 이전의 자유를 준다는 기본 취지에 좀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게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는 메이저리그 방식의 FA 등급제 적용과 차등적인 보상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날이 갈수록 치솟는 FA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돈 한푼 못 버는 구단들의 살림에 부담만 안겨주기 때문이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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