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중국 광저우 안경남 기자] 아시아 최고클럽을 가리는 최후의 전쟁이 시작되기 30분전, 광저우의 선발 라인업이 공개되자 한 중국 기자는 “리피 감독이 홈경기임에도 ‘공격수’ 가오린을 빼고 ‘미드필더’ 자오슈리를 넣었다”며 조금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기자는 “정확히 자료를 찾아봐야겠지만 원정이 아닌 홈에서 정즈, 자오슈리, 황오웬 그리고 콘카까지 동시에 투입한 적은 거의 없다. 리피 감독이 승리를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낸 듯 하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가오린의 몸상태가 최상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단 리피 감독이 서울을 이기기 위한 전술을 들고 나왔다고 보는 것이 더 옳다고 했다.
지난 달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치른 결승 1차전에서 광저우는 4-1-2-3 포메이션의 매우 공격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수비적으로 문제를 드러내며 에스쿠데로와 데얀에게 두 골을 허용했고, 오만했던 리피 감독도 경기 후 서울을 높이 평가했다.
이것은 2차전 전술에 그대로 반영됐다. 리피 감독은 좀 더 4-3-3에 가까운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다. 중앙에서 정즈를 중심으로 그 위에 황보웬, 자오슈리를 배치한 역삼각형 진영을 꾸렸고 왼쪽에 무리퀴, 오른쪽에 콘카 그리고 전방에 엘케손을 배치했다.
이처럼 리피 감독은 철저히 서울을 ‘이기기’ 위해 6만 홈 관중이 지켜보는 경기에서 ‘공격수’ 아닌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린 변칙 전술을 가동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준비한 전략을 실행에 옮겼고 선제골을 허용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다독여 곧바로 데얀의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톈허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광저우 팬들의 입에선 탄식과 정적이 흘렀다. 산전수전 공방전까지 겪는 백전노장 리피 감독도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월드컵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누구보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리피 감독을 상대로 최용수 감독은 자신의 모든 걸을 쏟아냈고, 경기 종료휘슬이 울릴 때까지 리피의 진땀을 쏙 뺐다. 비록 결과를 두고, “왜 부진한 몰리나를 빼지 않았냐?”는 비난 섞인 지적이 일기도 했지만 그 누구보다 광저우를 이기고 싶었던 사람은 최용수 감독이었다.
[사진 = FC서울 제공/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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