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비릿한 웃음, 감정이 절제된 표정, 소름끼치는 분위기. 영화 '더 파이브'의 온주완은 상상 속 나쁜놈 딱 그 모습이다. 우아하지만 솜털을 쭈뼛쭈뼛 서게 만드는 살인마 역을 왜 이제 맡았을까 싶을 정도다.
말투도 그렇다. 조근조근하면서도 상냥하게 건네는 말을 듣고 있자면 영화 속 살인마 재욱(온주완)의 모습이 얼핏 스쳐간다. 이에 학을 뗄라 치면 붙임성있게 "저 착해요"라고 말을 건다. 또 "성격이 되게 밝은데, 애교도 많고"라며 웃어 보인다. 사실 진짜 착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평. 이 배우 헛갈릴 정도로 너무 천연덕스럽게 살인마를 연기해냈다.
온주완은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평가해주시겠지만 '잘 했다'고 말씀해 주신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온주완은 재욱 역에 캐스팅되기 위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배우 데뷔, 올해로 10년차 배우지만 오디션을 보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이에 '더 파이브'의 정연식 감독은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온주완씨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며 "한 장면 한 장면이 감동으로 남아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오디션 없이도 배역을 따낼 수 있는 배우가 오디션이라니. 우리나라 정서상 크게 와 닿지 않는 게 사실.
온주완은 "그래서 더 열정이 들끓어 오르지 않았을까. 오디션을 봐야 하는 위치, 보지 않아야 하는 위치는 없는 것 같다"며 "할리우드의 대단한 배우들도 다 오디션을 본다. 오디션을 본다는 게 전혀 기분 나쁜 일이 아니었다"며 당연시했다.
온주완을 자극한 또 하나의 요소는 '더 파이브'의 제작사 시네마서비스의 설립자인 강우석 감독. 지난 5일 열린 '더 파이브' 언론시사회에서 온주완은 "강우석 감독님이 내 캐스팅을 반대했다"고 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온주완은 "강우석 감독님이 '난 온주완을 몰랐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든 이 역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더 어필했던 것 같다"며 "영화를 찍을 때 제1목표가 강우석 감독님에게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주완은 자신이 캐스팅되지 않더라도 깨끗이 물러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재욱 역을 맡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데 의의를 두고 깔끔히 돌아서려 했다는 것. 이런 걱정과 달리 강우석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내렸고, 온주완은 자신의 몸을 내던져 재욱을 '온주완 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온주완은 "사실 강우석 감독님에게 잘 했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강우석 감독님이 순서 편집본만 보고 배우들을 불렀는데 첫 마디가 '잘했다 주완아'였다. 그 때 너무 뿌듯했다. 조금 성취감을 느꼈다. 강우석 감독님을 한국 영화 1세대로 볼 수 있는데, 그런 대 감독님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과 뿌듯함이 있었다. 만약 강우석 감독님이 너무 쉽게 캐스팅을 수락했으면 조금 텐션을 놓친 채 연기했을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감사하다"고 회상했다.
이런 모습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온주완의 모습과 부합한다. 자신의 캐스팅을 선뜻 수락하지 않은 강우석 감독과의 일화도 행복한 결과를 위한 과정으로 바꿔버리는, 배우를 하는 것이 "행복해서가 아닐까"라고 말하는 온주완은 천상 배우다.
온주완은 "행복해서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배우 외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다른 일에 설레임이 없는 것 같다"며 "영화 현장에 가면 한없이 밝아진다. 집에 있을 때는 말이 없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는데 현장에만 가면 에너자이저가 된다. 그런 걸 보면 현장에 있고, 연기를 할 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온주완은 "'더 파이브'가 온주완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은아(김선아)의 관점에서 보되 놈(재욱, 온주완)은 조금 웹툰과 현실을 믹스해 이해해주면 재미있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편 온주완의 대표작이 될 만한 영화 '더 파이브'는 눈앞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잔인하게 잃은 여자 은아와 그녀의 복수를 돕기 위해 은밀하게 결성된 조직 '더 파이브'가 펼치는 복수극을 그려낸 영화다. 웹툰의 원작자인 정연식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4일 개봉.
[배우 온주완.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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