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세트오펜스보단 얼리오펜스를 주문했죠.”
올 시즌 KB는 여자프로농구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단 한 경기였지만, 11일 삼성생명과의 첫 경기서 보여준 KB농구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실상의 토털바스켓을 시도했다. 토털바스켓이란 말 그대로 전원농구다. 모든 선수가 경기운영, 슛, 어시스트, 리바운드, ??은 일에 가담한다. 선수들은 상대 매치업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토털바스켓은 상대 매치업, 전력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농구 이해도가 뛰어나지 않으면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선수들의 유기적인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선 과거 신선우 감독이 현대, KCC 지휘봉을 잡았을 때 토털바스켓을 시도한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KB의 첫 게임을 지켜본 한 농구인은 “전형적인 토털바스켓은 아니었지만, 향후 팀 사정상 토털바스켓 구사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 180cm대 외국인선수, 정선화의 부상
일단 KB엔 190cm가 넘는 장신자가 단 1명도 없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외국인선수가 2명보유 1명출전으로 지난 시즌 1명보유 1명출전에 비해 비중이 커졌다. KB, 신한은행를 제외한 모든 팀은 190cm가 넘는 센터를 영입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202cm의 하은주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선택. 결국 KB는 6개구단 중 평균신장이 가장 낮다. KB 외국인선수 모니크 커리와 마리사 콜맨은 180cm 초반의 포워드와 가드다.
물론 KB도 센터는 있다. 정선화와 김수연이다. 그러나 정선화는 지난 여름 국가대표팀 예비명단에 포함됐다가 빠졌다. 허리부상으로 복귀 날짜를 기약할 수 없다. 김수연이 있지만, 아킬레스건 부상 및 수술로 2년만에 복귀했다. 당분간 40분 내내 100% 경기력을 선보이긴 쉽지 않다. 때문에 KB는 김수연이 벤치에서 쉴 때 센터없는 토털바스켓을 해야 한다.
▲ 커리-변연하, 대박 원투펀치 예감
비 시즌 여자농구팀들을 몇 차례 취재했다. 한결같이 들린 소리가 “커리가 물건이야”였다. WNBA 워싱턴에서 뛴 모니크 커리는 삼성생명과의 첫 경기서 명불허전의 활약을 선보였다. 득점, 어시스트, 수비 등 처지는 부분이 없었다. 변연하는 “연습할 땐 슛을 많이 던졌는 데 막상 경기를 해보니까 돌파를 많이 하더라”고 했다. 변연하는 전형적인 슈터다. 돌파도 하지만 외곽슛을 선호한다. 커리마저 외곽에서 슛을 던지면 변연하와 활동반경이 겹친다. 때문에 커리의 돌파는 팀 사정을 고려한 영리한 결단이었다.
커리는 20점을 올렸다. 드리블, 페이크, 스피드 등 테크닉 자체가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아직 모든 외국인선수가 데뷔한 건 아니지만, 분명 한 수 위의 기량. 감독들이 “커리, 커리”하는 이유가 있었다. 신장이 182cm에 불과했지만, 자신보다 높은 애슐리 로빈슨을 상대로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고 동료를 활용한 플레이를 했다. 서동철 감독은 “무리하지 않는 게 최대 장점이다. 출중한 개인기를 보유했지만, 동료와 함께하는 농구를 한다”라고 했다.
커리의 활약에 변연하, 강아정 등 외곽 득점원들도 숨통이 트였다. 커리는 수비에선 상대 가드들을 막다 로빈슨과 니키그린 등 상대 센터가 공을 잡자 재빨리 도움수비에 가담했다. 단 1경기였지만, 커리와 변연하가 여자농구 최고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농구 이해도가 높은 두 사람이 KB 토털바스켓 중심을 잡는다고 보면 된다.
▲ KB표 토털바스켓 성공 가능성은
첫 경기서 드러난 KB의 조직력은 좋았다. 심성영, 홍아란 등 3년차 가드들이 기본적인 경기운영에 나서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땐 변연하도 볼 운반에 나섰다. 이들과 커리, 콜맨, 강아정 등이 쉴새 없이 움직이며 빈 공간을 파고 들며 내 외곽에서 외곽슛 찬스를 엿봤다. 김수연, 정미란 등도 가운데에서 볼을 받아주고 바로 약속된 움직임을 펼쳤다. 빠른 공수전환은 기본이었다.
수비에서도 상대 센터 수비 시 커리 혹은 콜맨이 도움수비를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개인의 키는 작지만 미스매치를 유발해 상대 볼 흐름을 최대한 끊었다. 순간적인 함정수비와 철저한 박스아웃 등도 돋보였다. 비 시즌에 철저히 준비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 물론 신장이 작기에 강철체력은 필수다.
물론 서 감독도 처음부터 토털바스켓을 시도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정선화의 부상회복이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서 감독은 “내가 괜히 선수들에게 고생을 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즌을 길게 보면 분명 정선화의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다. 끝까지 해보겠다”라고 다짐했다.
결국 정선화의 정상복귀, 김수연의 몸 상태에 따라서 KB가 토털바스켓을 하는 기간이 결정될 전망이다. 신장이 작으니 많은 활동량을 뒷받침할 체력이 언제까지 받쳐줄 것이지도 변수다. 정규시즌은 장기레이스다. 또한 나머지 5개팀이 KB의 토털바스켓에 대비한 전략을 들고 나왔을 때 KB가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물론 서동철 감독의 토털바스켓은 틀에 박힌 컬러를 가진 팀이 즐비했던 여자농구에 신선함을 몰고 왔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 받을만하다.
[KB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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