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접근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삼성이 13일 낮 인천공항을 통해 아시아시리즈가 열리는 대만 타이중으로 출국한다. 2011년 첫 우승 감격을 맛봤던 곳으로 2년만에 향하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서 예선 탈락 수모를 맛봤다. 때문에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하지만, 삼성은 시원하게 “우승하겠다”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도전 앞에서 언제나 호기롭던 승부사 류중일 감독도 이번만큼은 말을 아낀다.
삼성의 아시아시리즈 엔트리가 12일 밤 공개됐다. 예상대로 전력 손실이 심각하다. 조동찬, 김상수 등 한국시리즈서 빠졌던 선수들은 물론이고 오승환, 최형우, 장원삼, 윤성환, 권혁, 릭 밴덴헐크가 불참한다. 최형우와 권혁은 간단한 수술, 윤성환과 밴덴헐크는 컨디션 난조가 원인이다. 해외진출을 선언한 오승환과 FA 장원삼은 아직 계약을 맺지 못했기에 예정된 불참이다. FA 박한이가 대만에서 협상과 동시에 대회 참가를 선언했지만, 약화된 전력인 것만은 틀림없다. 에스마일린 카리대의 참가도 무산됐다.
▲ 만만한 상대는 없다
이미 삼성은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예선서 라미고의 마이크 로리에게 혼쭐이 났다. 제대로 분석을 하지 못한데다 로리의 구위가 워낙 뛰어났다. 변수가 많은 단기전 특성상 무너진 것. 이번에도 삼성은 상대 분석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별리그서 만날 이탈리아 포트티투도 볼로냐는 베일에 가린 팀이다. 에이스 라울 리베로는 빠졌지만, 타선에선 30홈런을 친 크레이그 제임스 지글러, 타율 0.370을 때린 후안 카를로스 인판테 등 경계해야 할 선수가 있다.
퉁이 라이온즈는 포르티투도보단 국내 팬들에게 조금 익숙하다. 대만시리즈 우승팀 퉁이는 세이브 2위의 린위에핑, 홀드 2위의 가오지엔산 등 좋은 뒷문이 돋보인다. 10승을 거둔 외국인투수 피게로아 주니어 넬슨, 루어진롱 등도 경계해야 한다. 타점 1위 장타이산, 도루 2위 린즈시앙 등 장타력과 기동력을 고루 갖춘 선수가 포진했다.
삼성이 최선의 경기력을 뽐내지 못할 경우 이긴다는 장담을 할 수 없다. 상대를 잘 모를 경우 임기응변능력이 중요한데, 1.5군 전력의 삼성이 극복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아무래도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에겐 이런 부분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타선 공백보단 마운드 출혈이 큰 삼성으로선 배영수, 차우찬 등이 중심을 단단히 잡아줘야 한다.
▲ 2014시즌 옥석 가리기 위한 좋은 기회
삼성의 아시아시리즈 엔트리 28명 중 7명이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않았다. 투수 박근홍 백정현 이동걸 김건필 김현우, 외야수 이상훈 박찬도가 그 주인공. 대부분 젊은 선수다. 오늘보단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 이들이 국제대회서 미지의 팀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그 자체로 그 선수에겐 좋은 경험이 된다. 통합 4연패를 노리는 삼성으로선 뉴 페이스의 발굴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1년 대회서 우승할 당시 결승타의 주인공은 정형식이었다. 정형식은 당시엔 미완의 대기였다. 그 대회를 계기로 급성장해 올해 슈퍼백업, 내년엔 주전까지 넘본다.
이번 대회서는 김현우와 이상훈을 주목할 만하다. 우완 정통파 김현우는 일찌감치 류중일 감독에게 주목을 받았다. 다부진 체구와 강력한 패스트볼은 마치 오승환의 초년병 시절과 흡사했다. 올 시즌 10경기서 평균자책점 3.46에 그쳤으나 류 감독은 김현우를 마운드 리빌딩 키 플레이어로 점 찍은 상태다. 오승환이 빠져나가고 권오준과 권혁의 내년 부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현우 같은 젊은 투수의 성장은 매우 중요하다.
이상훈은 이미 류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이상훈은 길태곤과의 트레이드로 한화에서 삼성으로 건너왔다. 올해 정규시즌 막판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15경기서 타율 0.357 2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신장은 171cm로 작지만 타석에서의 적극성과 근성이 돋보였다. 류 감독은 “내년에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잠재적으로는 군입대 할 배영섭의 대체자 후보군으로 꼽힌다.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 물론 삼성으로선 2년만의 아시아시리즈 정상탈환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삼성의 객관적 전력은 다소 떨어졌다. 괜히 우승을 위해 무리했다간 내년시즌 준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아시아시리즈서 최선을 다하되, 새로운 옥석을 가리는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릴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여기면 오히려 마음 편하게 아시아시리즈를 치를 수 있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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