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실질적인 파급효과는 어떨까.
요즘 9개구단은 물밑에서 외국인선수 수급 준비에 한창이다. 내년 시즌엔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가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바뀐다. 3명 모두 투수 혹은 타자로 채울 수 없다. 때문에 2011년 이후 자취를 감춘 외국인타자가 내년엔 3년만에 컴백한다.
외국인타자들이 국내야구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미칠까. 일단 외국인선수 수급 확대 이유 자체가 외국인타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거포와 외국인 거포의 홈런쇼 등 볼거리를 늘리고 국내야구의 토종 거포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게 전부는 아니다. 좀 더 세밀하게 파고들면 그 이상의 파급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 주전야수 1명이 벤치에 앉는 의미
외국인타자가 입단하면, 9개구단 모두 기존 국내야수 1명이 벤치에 앉게 된다. 비싼 돈 주고 데려온 외국인타자를 벤치에 묵혀둘 순 없다. 여기서부터 명암이 엇갈린다. 만약 외국인타자가 잘 해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부진할 경우 딜레마가 생긴다. 2011년 가장 마지막 외국인타자였던 라이언 가코, 코디 알드리지를 보유했던 삼성과 넥센도 그랬다. 시즌 초반부터 부진했던 가코는 끝내 시즌 도중 방출됐다.
가코의 포지션은 1루 혹은 외야였다. 그러나 삼성에선 거의 지명타자로 뛰었다. 때문에 지명타자로 돌아야 할 타자들이 수비에 나갔고, 1명이 벤치에 앉았다. 이렇듯 매일 뛰는 외국인타자가 부진할 경우 포지션 역학관계에 따라서 피해를 보는 국내선수가 생길 수도 있다. 토종 거포 육성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부진한 외국인타자를 쉽게 빼기도 힘들다. 또한, 외국인 거포들은 발이 느린 케이스가 많아 팀 전체적인 기동력 감퇴를 가져올 수도 있다. 감독들은 이런 딜레마가 싫어서 외국인투수를 선호한 게 사실이다. 어느 팀이든 5선발 채우기는 쉽지 않지만, 국내 야수 주전 감은 즐비하다.
한편으로는 국내 타자들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외국인타자에게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국내 타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란 의미. 내년에 들어올 외국인타자 중 공수주를 모두 갖춘 타자가 입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구단들이 공격력 극대화를 선택한다면 1루수 혹은 지명타자 요원이 가장 많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1루수 혹은 지명타자들이 자기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도 기대해볼 수 있다. 외국인타자의 포지션에 따라 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모든 국내 야수들이 긴장하면서 건강한 발전을 꾀할 수 있다.
▲ 한국야구 수준, 또 다른 시각으로의 해석
국내야구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외국인선수의 수준과 그들이 국내야구서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리느냐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는 것이다. 확실히 외국인투수들의 경우 어지간한 트리플A 정상급 투수가 아니면 국내에서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 이는 그만큼 국내 타자들의 기량이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내야구의 수준을 판단하는 건 무리다. 좀 더 다양한 수단을 통해 간접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타자가 입단할 경우 국내 투수들의 수준이 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다. 최근 국내 투수들은 2~3년전에 비해 구사 가능한 구종은 늘어났으나 기본적인 수준이 떨어지는 투수도 많아졌다는 평가다. 물론 외국인타자는 투수에 비해 좀 더 적응할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내년에 어느 정도 수준의 타자가 입단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외국인타자는 좀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외국인타자가 다시 들어오는 내년부터 1~2년이 지나면 어떠한 특징, 혹은 데이터가 생기게 된다. 그럴 경우 국내 투수들의 전반적 수준은 물론이고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고 평가 받는 몇몇 젊은 타자들의 가능성도 또 다른 시각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 또 다른 야구인은 “단순히 외국인타자가 국내거포들과 홈런 경쟁하는 것만 볼거리가 아니다. 한국야구 수준을 또 다른 시각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 거포 유망주 육성, 구체적 계획 마련 가능
선수협회가 그동안 외국인선수 수급 확대에 반대한 이유는 외국인선수 확대로 국내 유망주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외국인타자들의 재입단으로 토종 거포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 필요성이 대두하게 됐다. 꼭 외국인타자들의 재입단이 아니더라도 국내야구에 필요한 문제였는데, 정상급 외국인타자가 들어온다면 지도자들이 그들의 사례를 참고해 토종 거포 육성에 나설 수도 있다.
국내 한 타격코치 출신 야구인은 “막상 지도자들도 토종 거포 육성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실제로 방법이 막막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 성공한 외국인타자 사례가 발생한다면 유망주 타자는 물론이고 지도자들에게도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성공한 외국인타자들의 특징을 분석해보면 국내 투수들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투수 유망주 육성에도 참고자료가 되는 것이다.
여러모로 2014시즌은 국내야구 역사를 살펴볼 때 중요한 시즌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외국인타자들의 재등장이 국내야구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클 수 있다. 일단 9개구단 스카우트들이 기량 좋은 외국인타자를 뽑아오는 게 중요하다.
[성공한 외국인타자 호세(위), 가장 마지막이었던 2011년에 뛴 가코(가운데), 알드리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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