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마음이 통했다."
FA(프리에이전트)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이 계약 직후 통과의례처럼 하는 말이다. 2017년까지 '롯데맨'으로 남게 된 포수 강민호도 다르지 않았다. 단순한 인사치레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두 글자는 선수들의 계약에 있어 매우 중요한 키워드임이 틀림없다.
롯데 자이언츠는 13일 오후 FA 강민호와 4년간 총액 75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05년 삼성 라이온즈와 4년 60억에 계약한 심정수를 넘어서는 역대 FA 최고대우다. 발표에 따르면 옵션 없이 보장금액만 75억원이다. 금액은 FA 계약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구단이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는데 돈 하나만 보고 덜컥 계약하기도 쉽지 않은 일. 그래서 강민호의 마음을 사로잡은 롯데의 이번 행보가 더 주목된다. 올해 풀타임 첫 시즌(2005년, 0.243) 이후 가장 낮은 타율 2할 3푼 5리로 다소 부진했음에도 지금까지의 공로를 인정해 주저 없이 최고 대우를 선물했다. 강민호는 "나에 대한 진정성과 올해 성적 부진에도 마음으로 다가와 준 구단에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강민호도 첫 만남부터 마음으로 다가갔다. 그는 11일 첫 협상에서 "롯데에서 10년 동안 선후배는 물론 프런트 식구들, 최강 롯데 팬들과 함께 행복하게 야구 했다. 이런 팀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잔류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도 강민호의 개인훈련 일정을 배려해 이례적으로 하루 2차례 만남을 가졌다. 롯데 관계자는 이날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민호는 모든 계약조건을 롯데에 일임했다. 애초부터 다른 팀은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협상에 나섰던 배재후 롯데 단장은 그런 그에게 일찌감치 심정수의 금액을 뛰어넘는 최고 대우를 보장했고, 이를 15억이나 뛰어넘는 거액을 안겨줬다. 배 단장은 "강민호는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이고 팀에서도 핵심 역할을 잘 수행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려 했다"며 "구단을 믿어준 강민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시장 나가면 더 받을 수도 있다'며 고자세를 취하기보다 구단에 대해 진심 어린 애정을 드러내는 선수에게 한 푼이라도 더 주고 싶었으리라.
사실 FA시장에서 '마음'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등장했던 때는 2년 전인 2011년이다. 당시 LG에서 한화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송신영(현 넥센)과 친정팀 넥센으로 돌아온 이택근, 조인성(SK)까지 3명 모두 "가슴으로 다가온 팀에 끌렸다. 진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당시 FA 3명을 모두 뺏긴 LG는 '선수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때부터 프로야구 이적시장에서 '마음'이라는 단어가 유독 자주 등장했다. 지난해 정든 롯데를 떠나 KIA로 이적한 김주찬은 "나를 정말 필요로 하는 팀이라는 걸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첫 FA 계약자가 된 강민호와 롯데 구단도 '마음'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서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배려하는 협상 자세를 취했다. 이는 양측에 최상의 결과를 가져다줬다. 강민호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았고, 롯데도 리그 최고의 포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를 다시 품에 안았다. 김시진 롯데 감독도 "구단에서 강민호를 잡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하며 마음을 움직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반가워했다.
일본의 작가 타고 아키라가 쓴 '마음을 움직이면 세계를 움직인다'는 제목의 책도 있다. 오프시즌 최대 과제를 해결한 롯데도 '마음'으로 다가가니 안 될 게 없었다. 이제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 마감일까지 3일 남은 상황. 아직 내부 FA와 계약에 이르지 못한 구단들은 선수의 마음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듯하다.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오른쪽)와 김시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