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승환의 마음은 언제 어디로 움직일까.
오승환의 내년 행선지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한신이 빠르면 이번주 협상팀을 방한시켜 계약을 시도하고자 했으나 한신이 예상 외로 뜸을 들이고 있다. 한신은 연일 자국 언론을 통해 입장을 피력한다. 그런데 매일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진다. “여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라면서도 “오승환이 꼭 필요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협상팀 파견엔 소극적이다.
오승환 입장에선 어떻게 보면 속 시끄러운 일이다. 한신이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접촉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아무 사이도 아닌 건 아니다. 한신이 일찌감치 오승환에게 큰 관심을 보인 터라 일본 내 타구단이 오히려 오승환 영입전에 주춤거린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시기다. 한신이 실제로 오승환에게 구체적인 접근을 하는 것, 일본 내 타구단이 움직이는 것,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것 등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 한신은 왜 오락가락하는 것일까
도대체 왜 한신은 오승환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뉘앙스를 취하는 것일까. 국내 한 야구인은 “한신이 오승환에게 관심이 있는 건 확실하지만, 일본 내에서 확실하게 협상 주도권을 갖고 싶은 것 같다”라고 했다. 한신이 오승환 영입을 위해 일본 내 경쟁팀들을 따돌리는, 일종의 교란 작전을 펼친다는 해석이다.
특히 요미우리, 소프트뱅크 등은 한신만큼 오승환 영입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진 않지만, 언제든 잠재적 후보자로 나설 수 있다. 두 팀은 한신에 돈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이 야구인은 “요미우리는 라이벌 한신의 전력 강화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형 선수 영입에 나설 수 있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신이 일본 내에서 자신들의 행보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해야 후발주자들이 쉽게 오승환에게 접근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크게 보면 이 역시 협상전략이다.
한신의 이런 자세는 장기적으로는 오승환 영입에 도움이 될 게 없다. 오승환의 협상창구는 한신으로 단일화가 된 게 아니다. 일본 내 타구단의 오퍼도 받아볼 수 있고,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능하다. 한신이 정말 오승환 영입이 간절하다면, 이젠 실질적인 오퍼를 해야 할 때다. 오승환 측은 일찌감치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 입찰을 11월 말로 잡았다.
▲ 한신과의 밀당, 그리고 포스팅시스템
일본 스포츠매체 도쿄스포츠는 14일 오후 “한신이 오승환 영입 계획을 세웠으나 불안한 입장이다. 에이전트가 메이저리그를 권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국내 야구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승환 에이전시 스포츠 인텔리전스에서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건 사실인 듯하다.
다만,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 입찰을 선언할 경우 사실상 일본 진출의 길은 막히게 된다. 일본 구단들은 자유계약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 발을 빼는 게 관례다. 여기서 오승환에게도 약간의 걱정이 생긴다. 포스팅시스템 입찰 도전 자체가 일본이 아닌 메이저리그 올인 선언이나 마찬가지인데, 만약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해외 진출 자체가 난항에 빠진다는 것이다. 포스팅시스템에서 계약을 맺지 못하면 이듬해 11월까지 다시 입찰할 수 없다. 때문에 오승환은 최대한 일본 구단의 오퍼도 기다려볼 수 있다. 정말 한신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계약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결국 오승환과 한신이 미묘한 밀고 당기기를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적 여유가 점점 줄어드는 건 확실하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 입찰 역시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미야구협정에 따라 포스팅시스템은 11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1일까지 입찰 가능하다. 그러나 입찰 타이밍이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오승환으로선 유리할 게 없다.
메이저리그의 시각으로는 오승환은 절대 대형 매물이 아니다. 오승환 측으로선 일본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메이저리그 진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포스팅시스템은 협상팀이 단일화되는 과정과 절차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시간이 소모된다. 오승환 측으로선 메이저리그 시장 동향을 봐서 구원 투수 영입이 필요한 팀이 감지되면 바로 입찰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오승환이 포스팅시스템에 너무 늦게 입찰해 최악의 경우 계약에 실패하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오승환 측으로서도 한신의 밀당을 신경쓰지 않을 수도 없으면서도 언제까지나 두고 볼 수 있는 입장 역시 아니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입찰 시기를 잠재적으로 11월 말쯤으로 보고 있는 건 다분히 전략적이다. 최근 일련의 보도들은 오승환 영입을 둘러싼 치열한 두뇌싸움이라고 보면 된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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