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지지부진하던 협상.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한화 이글스의 '내부 FA 트리오' 이대수, 한상훈, 박정진이 모두 원소속 구단 잔류를 택했다. 외부 FA 영입을 천명한 한화와 공로를 인정받은 선수들 모두 아쉬울 게 없었다. 우선협상 마감시한을 겨우 4시간 30여분 남기고 이뤄진 전원 계약, 한화의 '집토끼 단속작전'은 어떻게 진행됐나.
생채기만 남긴 첫 만남
세 명 모두 첫 만남에서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생채기만 남겼다. 선수들은 모두 강한 잔류 의지를 보였고, 구단도 3명 모두 눌러앉힌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엇박자가 났다. 우선협상 이틀째인 11일. 한 선수는 "구단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며 협상 자세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계약 기간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았으나 금액과 옵션에서 온도차가 컸다. 구단 측은 "나름대로의 가치 평가를 했다"며 맞섰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악화된 모양새였다. 협상에 나선 한화 김종수 운영팀장은 우선협상 마감 하루 전인 15일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마감일인 16일까지 가야할 것 같다. 아직은 온도차가 있다"며 "마지막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선수들의 성에는 안 차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13일 강민호(롯데)의 4년 75억원 계약을 보면서 자괴감이 든 것 같다"고도 했다. 수정안 제시도 없었다. 한 선수는 "남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대로라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분위기상 마감일에도 타결은 쉽지 않아 보였다.
노재덕 단장, 전면에 나서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실무자인 노재덕 한화 단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마무리캠프가 진행 중인 제주도에 머물던 노 단장은 15일 대전으로 향했고, 16일 선수들과 직접 만나기로 했다. 마감일인 16일 오후가 되자 그는 박정진을 필두로 한상훈, 이대수를 차례로 만났다. 선수들이 다소 부담을 가진 옵션을 손봤다.
전날만 해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선수들은 구단의 진정성과 자신들의 가치를 역설한 노 단장의 말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였다. 박정진과 한상훈은 시원하게 도장을 찍었다. 특히 한상훈은 "네가 정말 필요한데 왜 나가려고 하느냐. 너만큼은 마지막 날까지 안 올줄 알았다. 너는 무조건 한화 선수다"라는 노 단장의 말에 크게 감동했고, 바로 계약을 결심했다.
한화 관계자는 "단장님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게 선수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원 계약 성공, 결국 '해피엔딩'
가장 마지막으로 협상에 나선 이대수가 오후 7시 30분 경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한화의 '집토끼 단속작전'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마감시한을 4시간 30여분 남겨둔 상황이다. 선수들은 노 단장의 한 마디에 마음이 움직였다. 구단은 약 30여분이 지난 뒤 선수들의 계약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이대수는 4년 20억(이하 총액), 한상훈은 4년 13억, 박정진은 2년 8억에 계약을 마쳤다.
한상훈은 계약 직후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FA 신청하고 계약하는 선수가 정말 극소수인데 그 1% 안에 들었다는 게 너무 감격스럽다. 벌써부터 내년이 기대되고 설렌다"고 했다. 이대수도 "야구장에서 만나자"는 말로 기쁨을 대신했다. 계약 2년째인 2015년 한국 나이로 40세가 되는 박정진은 "나는 한화맨이다. 계약하고 나니 팀의 고참으로서 더욱 책임감이 생긴다"며 끝까지 함께할 것임을 다짐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한화. 이제는 마음 편히 외부 FA 시장에서 '쇼핑'에 나선다. 전력 유지를 넘어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것이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행보다.
[한화맨으로 남게 된 이대수-한상훈-박정진(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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