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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지는 게 무서워서 새로운 걸 시도 못하면 안 되죠.”
인천 전자랜드는 올 시즌 젊어졌다. 강혁의 은퇴와 문태종의 이적으로 팀 컬러가 바뀐 것. 유도훈 감독은 17일 오리온스와의 고양 원정경기를 앞두고 “비 시즌부터 선수들 개개인에게 계속해서 주문한다. 잘 된 것, 잘 되지 않은 걸 지적하고 발전하도록 돕는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매일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아직 자기 포지션에서 확고하게 KBL 탑 플레이어라 할 수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에 들어가기 전 전망이 그리 밝진 않았다. 그래도 시즌 초반 8경기서 5승3패로 순항했다. 유 감독은 “내용을 보면 우리가 잘 한 게 아니라 경기 막판에 겨우 뒤집어서 이긴 것”이라고 했다. 전자랜드엔 여전히 리카르도 포웰이란 확실한 해결사가 있다. 상대가 느슨한 플레이를 할 때 눌러 이길 힘은 갖고 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이런 내용이 좋은 게 아니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상대를 압도 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선 개개인의 발전과 팀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전자랜드는 이후 6경기서 1승5패로 부진했다. 유 감독은 “첫 몇 경기는 우리가 잘 해놓고 진 게임이다”라고 했다. 이어 유 감독은 “최근엔 잘 안 풀리다 보니”라며 말을 아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 사정상 구심점은 없다. 이러니 좋지 않을 때 흐름을 추스를 동력이 부족하다. 전자랜드는 기본적으로 높이에서 약점이 있다. 이런 약점을 유 감독의 전술과 선수들의 적극적인 마인드로 메워왔는데 패배가 늘어나면서 젊은 선수들의 기세가 떨어졌고, 전술도 타 팀에 노출되면서 고전 중이다.
유 감독은 “안 좋을 때 흐름을 빨리 바꾸는 팀이 강팀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유 감독은 “우리팀 선수들이 포지션 별 A급 선수는 많지 않다. 스스로 이겨내고 발전해야 한다. 지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침체되면 안 된다. 자꾸 지면 팀에 변화를 줄 여유도 없어지고 잘 됐던 것만 시도하게 된다. 그래선 안 된다”라고 했다.
2~3라운드가 되면 10개구단의 전력이 다 노출된다. 때문에 감독들은 이 시기부터 공격 패턴부터 수비 대응 및 매치업도 싹 바꾼다. 유 감독은 “상위권 팀들은 그런 변화에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중, 하위권 팀들은 그럴 여유도 없다”라고 했다. 포지션 별로 전력이 불안한 팀은 기존 전술의 응용력 및 상대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전자랜드 역시 이런 유형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유 감독은 팀이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계속 새로운 패턴을 시도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찰스 로드의 경우 스스로 무릎 부상 재발에 대한 염려로 100%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유 감독은 “스스로 불안해 한다. 원래 기술이 아니라 전투력으로 경기를 하는 스타일인데 스스로 위축된다”라고 했다. 로드는 유 감독에게 몇 차례나 주의를 받은 상황. 유 감독은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대체 외국선수 시장도 여의치 않다. 자기 역할을 다해주길 기다린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주전 포인트가드 박성진에겐 좀 더 여우 같은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딱딱 정해진 것, 요구한 것만 하려고 한다. 가드라면 스스로 여우 같은 짓도 하고 여유있게 경기 흐름을 읽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라고 했다. 이어 “전투력이 약하다. 기록은 나쁘지 않지만 농구 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박성진에겐 리그 톱5에 드는 포인트가드, 정영삼에겐 리그 톱3에 드는 슈팅가드가 되라는 목표점을 제시했다. 두 사람은 유 감독의 당근과 채찍 속에서 성장을 도모한다. 대부분 선수가 이런 식의 목표점을 부여받고 움직인다고 한다.
물론 팀 전체적인 성장 추진 및 계획은 기본적으로 유 감독이 잡고 추진한다. 물론 실질적으로 몸과 머리로 받아들이고 성장해나가야 할 주체는 선수들이다. 전자랜드는 이날도 오리온스에 패배해 3연패에 빠졌다. 그래도 유 감독은 “실패 속에서도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진다고 아무것도 못 하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시즌보다 개개인의 능력, 팀 전력이 다소 떨어진 전자랜드. 유 감독의 뚝심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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