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비활동기간이 시작됐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2월부터 11월까지 월급을 받는다. 가령 선수의 연봉이 1억원이라면 1달에 1000만원씩 10개월간 월급을 받는 방식이다. 12월과 1월엔 단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월급을 받지 않으니 당연히 일을 할 필요도 없다. 이른바 비활동기간이다. 야구규약 139조에는 비활동기간엔 단체훈련 및 전지훈련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선수협회도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비활동기간 준수를 각 구단에 요청했다.
정확하게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비활동기간이다. 1월에 월급을 받을 수 없으니 원래 1월 31일까지 훈련을 하면 안 되는 게 맞다. 하지만, 구단들은 그동안 이를 어겨왔다. 사실 선수들은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국내에선 추운 날씨로 몸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구단들이 단체훈련 시점을 최대한 앞당겼고, 선수협회가 단체훈련 시작 시점을 보름 정도 양보했다. 그동안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 비활동기간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
몇 년 전만해도 구단들은 1월 1일 신정연휴가 끝나면 곧바로 해외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1월에 해외로 떠나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1월 5일~10일 사이에 곧바로 떠나는 건 심하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단장회의에서 15일부터 훈련을 시작하되, 해외엔 20일~25일 사이에 떠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지난해 9개구단은 1월 10일 이후 소집돼 20일 이후 해외로 떠났다.
구단들이 선수협회의 비활동기간 준수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비활동기간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프로 선수는 소모품이 아니다. 10개월간 시즌을 치르고 마무리훈련까지 소화했으면 12월과 1월엔 휴식과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즌 내내 외박을 하는 야구선수들도 이 시기만큼은 가정에 봉사할 필요가 있다. 개인훈련, 취미생활, 사회봉사 등 의미있는 일을 할 수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국내는 일본과 미국과는 달리 날씨가 추워서 도저히 개인훈련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기본적으로 비활동기간 종료와 동시에 선수들이 단체훈련을 제대로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KBO와 선수협회는 비활동기간에 선수가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는 건 막지 않는다.
그리고 재활선수와 군 복귀선수, 신인선수 들은 비활동기간에도 단체훈련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들은 구단과 함께 단체훈련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예외가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재활을 명목으로 비활동기간에 버젓이 해외 단체훈련이 진행된 게 사실이다. 선수협회는 이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비활동기간, 정말 쉬기만 하면 곤란하다
물론 비활동기간에 정말 쉬기만 하는 건 곤란하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비활동기간을 철저히 지킨다. 대신 선수들이 비활동기간에 개인적으로 몸을 완벽하게 만들어온 뒤 비활동기간 종료와 동시에 곧바로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보통 일본은 2월 1일, 메이저리그는 2월 말부터 단체훈련을 시작한다. 1월 15일 이후 모이는 한국은 여전히 일본과 미국에 비해 비활동기간이 짧다.
어쨌든 한국도 최근 1~2년간 단체훈련 시작 시점이 조금 늦춰지면서 비활동기간에 선수들 스스로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 일부 선수들은 자비를 들여 따뜻한 해외에서 몸을 만들기도 한다. 연봉이 적은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경기장을 찾거나 인근 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든다. 단체훈련 시작과 함께 훈련을 소화할 몸이 만들어져 있지 않으면,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프로야구계에 12월은 시상식 시즌이다. 각종 언론사와 야구단체가 주관하는 시상식이 줄줄이 열린다. 선수들은 보통 11월까지 마무리훈련을 소화한 뒤 12월 중순까지 시상식으로 시간을 보내면 12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진정한 개인시간을 갖는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차기 시즌 운명이 결정된다. 몇몇 구단은 단체훈련 시작과 함께 체지방 검사를 실시한다. 기준에 미달하는 선수들은 해외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따라서 선수가 이 시기에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다고 해도 지인들과 마음껏 술을 마시기도 어렵고 운동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 시기를 쪼개서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른바 야구판 노블리스 오블리주인데, 한 시즌동안 받은 사랑과 성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박찬호는 이 시기에 재단을 통해 야구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선물했고, 이대호는 연탄배달로 이웃과 정을 나눴다. 각종 자선 야구대회를 통해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문화도 정착됐다. 비활동기간을 알차게 보내는 좋은 예시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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