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거침없다. 완전체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시즌 초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KB를 잡으면서 개막 7연승을 내달렸다. 6일 하나외환을 잡을 경우 개막 8연승. 이는 2010-2011시즌 삼성생명의 역대 개막최다연승 2위 기록이다. 참고로 삼성생명은 2003년 여름리그서 개막 15연승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이 이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은행은 4일 현재 2위 신한은행에 3경기 앞서있다. 선두독주 채비를 갖췄다.
우리은행의 전력이 매우 탄탄하다. 지난 2012-2013시즌 통합우승은 우연이 아니었다. 위성우 감독이 비 시즌에 국가대표팀 지휘로 자리를 비웠지만, 박성배, 전주원 코치가 빈 틈 없이 선수들을 이끌었다. 티나 톰슨이 빠지면서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오히려 조직력은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졌다. 한 농구인은 “우리은행이 지난 시즌보다 분명 약해진 것 같은데 막상 붙어보면 지난 시즌보다 더 강한 것 같다”라고 혀를 내두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수비조직력의 진화
기본적으로 우리은행의 조직력 자체가 여자프로농구 6개구단 최강이다. 우리은행 특유의 전면강압수비, 하프코트 프레스, 트랩 디펜스가 지난 시즌보다 더욱 강해진 느낌이다. 특유의 강력한 지역방어도 여전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선수 구성에 따라 대형이 조금씩 바뀌었다. 위성우 감독은 “기존 전술은 이미 다른 팀에 노출이 됐다. 변화를 줘야 했다”라고 했다.
일단 전력이 다소 약한 팀, 특히 가드진이 취약한 팀엔 하프코트 프레스, 트랩 수비를 자주 활용하는 편이다. 상대가드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전술이기 때문이다. KB와의 2경기서 특히 재미를 봤다. 또한, 점수 차가 많이 벌어졌을 때는 전면강압수비를 활용한다. 전면강압수비는 다른 전술보다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최후의 카드다.
지역방어는 대형이 달라졌다. 한 농구관계자는 “우리은행은 1-3-1 지역방어를 많이 활용했는데, 올 시즌엔 거기서 변형된 전술이 보인다”라고 했다. 1-3-1 지역방어 자체가 하이포스트와 45도에서의 외곽슛을 막는 데 유리한 전술이다. 하지만, 올 시즌 우리은행은 티나와 배혜윤이 없다. 양지희와 함께 수비보단 공격이 좋은 이선화가 들어왔다. 골밑 수비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방어를 설 때 골밑 대형이 달라졌다. 그리고 골밑 도움수비 타이밍이 상당히 빨라졌다”라고 했다. 내, 외곽의 움직임이 대단히 정교하다. 쉬운 슛 찬스를 주는 법이 없다.
아직까지 우리은행의 수비조직력을 뚫어낸 팀은 없었다. 시즌 중반 이후 공략을 당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WKBL에 좋은 패싱센스를 갖춘 가드가 많지 않다는 점, 위 감독이 상대 전술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령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 시즌에도 우리은행의 수비조직력은 난공불락이 될 수도 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단 62.6실점으로 리그 최소실점이다. 득점은 72.0점으로 역시 최다1위. 득실마진이 무려 9.4점이다. 완벽한 공수밸런스다.
▲ 외국인선수들의 이타적인 마인드
남녀 16개구단이 외국인선수를 뽑을 때 한국리그 적응 다음으로 고려하는 게 득점력이다. 일단 비슷한 신장과 힘을 갖추고 있다면, 경기당 20점 이상 뽑아낼 수 있는 선수에게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엔 함정이 있다. KBS 정태균 해설위원은 “대부분 외국인선수가 공격보단 수비에 소홀하다”라고 했다. 화려한 공격에만 치중하는 선수는 상대적으로 수비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사샤 굿렛과 노엘 퀸은 공격력 자체가 대단히 좋은 편은 아니다. 특출난 테크닉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퀸이 경기당 10.3점, 굿렛은 9.6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이타적이다. 전주원 코치는 “노엘이 수비 센스가 좋다.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다”라고 했다. 노엘은 스피드를 갖췄다. 우리은행 특유의 다채로운 수비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다. 굿렛은 상대적으로 스피드가 느리다. 때문에 굿렛이 투입될 땐 정상적인 지역방어 혹은 맨투맨을 활용한다. 대신 골밑에서 착실하게 점수를 만들어낸다.
▲ 박혜진의 성장과 백업멤버들의 보완
올 시즌 박혜진의 성장은 눈부시다. 박혜진은 올 시즌 경기당 13.1점을 기록 중이다. 팀내 최다득점자 임영희의 13.7점과 큰 차이가 없다. 과감한 돌파와 정확한 외곽슛은 물론이고, 시야와 패싱센스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KB 서동철 감독은 “공격도 공격이지만, 박혜진이 우리은행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공격보다 수비에서의 공헌도가 더 높다”라고 했다.
실제로 박혜진은 이승아와 함께 우리은행 특유의 하프코트 프레스, 트랩 수비의 선봉을 맡는다. 사실 가드가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그 팀의 수비조직력 자체가 좋아질 수 없다. 박혜진은 공수에서 업그레이드 됐다. 또한, 많이 뛰는 농구를 하는 우리은행 선수들의 체력을 아껴줄 김은경, 이은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보다 가용인력이 늘어났다.
위 감독은 “우승을 한번 해보니까 승부처에서 선수들이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알고 있다”라고 했다. 큰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했다는 의미다. 물론 100% 완벽한 팀은 없다. 우리은행 역시 2라운드 첫 게임이었던 28일 삼성생명전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2일 KB전서 날카로운 조직력을 회복했다. 침체가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은행이 완전체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 그녀들은 너무나도 막강하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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