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실내체 김진성 기자] “동욱이가 홀가분해졌다.”
고양 오리온스는 최근 주장을 김동욱에서 전형수로 교체했다. 여러 이유가 투영됐다. 오리온스는 6일 삼성전 이전까지 8승12패로 8위였다. 시즌 초반에 비해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중,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기엔 힘이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3라운드 초반. 뭔가 팀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추 감독은 결국 2~3일전 주장 교체를 결정했다.
사실 김동욱은 올 시즌이 힘겹다. 지난 2012-2013시즌 도중 발목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지난 여름엔 무릎 수술을 받았다. 미국과 국내를 오가면서 재활을 하느라 훈련량이 부족했다. 팀 훈련 자체에 뒤늦게 합류했다. 당연히 시즌 초반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김동욱은 2라운드 이후 몸 상태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이날 전까지 최근 7경기 중 5경기서 두 자리 수 득점을 해냈다.
추 감독은 김동욱에게 좀 더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었다. 6일 삼성과의 잠실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추 감독은 “동욱이가 홀가분해하더라. 선수단 최연장자이니 신경을 쓸 게 많았다”라고 했다. 이어 “동욱이가 몸이 아팠으니 훈련에 참가할 때도 있고 빠질 때도 있었다. 그럴 바에야 형수에게 주장을 시키는 게 낫다고 봤다”라고 했다.
단체 스포츠에서 주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 노릇을 해야 한다. 당연히, 주장 본인이 신바람이 나서 농구를 잘 해야 한다. 그러나 김동욱은 그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은 관계로 자신의 몸을 돌보느라 팀을 챙길 여유가 부족했다. 추 감독은 김동욱이 주장 역할을 못해서 바꾼 게 아니라 김동욱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김동욱은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했다는 게 오리온스 관계자의 후문이다.
그렇다면 추 감독은 왜 새로운 주장으로 전형수를 택했을까. 전형수는 이날 전까지 올 시즌 단 1경기도 나서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특출나게 빛나는 역할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추 감독은 그런 전형수가 적임자라고 봤다. “경기에 뛰지 않아도 팀 무게 중심을 잘 잡는 선수가 있다. 생활 태도에서 모범을 보이는 선수다”라고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타의 모범이 되기 때문에 리더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한편으로 추 감독은 올 시즌 제대로 뛰지 못하는 전형수에게 주장이란 감투를 씌워주면서 ‘널 잊지 않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심어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전형수는 주장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생겼다. 김동욱은 주장의 감투를 벗고 좀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주장 교체가 윈-윈인 셈이다. 오리온스의 주장 교체. 알고 보면 추 감독의 깊은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이날 너무나도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완패했다. 주장 교체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전형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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