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엔 역시 김승현이 있어야 한다.
삼성 김승현은 3일 KT전서 42일만에 복귀해 19분36초간 7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6일 오리온스와의 홈 경기서는 18분19초간 4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은 눈에 띄진 않았다. 그러나 김승현의 합류로 삼성 농구가 업그레이드 될 조짐이다. 삼성을 바라보는 팬들의 눈도 덩달아 즐겁다.
김승현은 올해 35세다. 전성기에 비해 체력과 스피드는 많이 떨어졌다. 최근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뒤 서서히 게임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동광 감독은 김승현의 출전 시간을 20분 정도로 조절하고 있다. 어쨌든 코트에서 뛰는 김승현 특유의 공간 창출, 패싱센스는 여전히 KBL 톱클래스다.
▲ 팬들의 눈이 즐겁다
김동광 감독은 “한 포지션에서 2~3명이 다치면 정말 난감하다”라고 했다. 삼성이 그렇다. 신인 박재현, 이시준, 베테랑 황진원 등 대부분 가드가 부상으로 뛰지 못한다. 이정석과 김태주가 있지만,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니다. 김 감독은 예전부터 “확실한 1번은 승현이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래도 가드가 많을 땐 경기 상황에 따라 교대로 투입해 체력을 아껴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정통 포인트가드 없는 삼성 농구. 2라운드 들어 마이클 더니건과 이동준, 제스퍼 존슨의 공격력이 번갈아 폭발하면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아무래도 정교하고 세련된 맛은 살짝 떨어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투맨게임을 매끄럽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라고 했다. 김승현은 그런 김 감독의 주문을 가장 잘 소화하는 가드다. 천부적인 센스로 삼성 공격에 윤활유를 뿌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김승현이 투입되면 삼성은 1대1보단 픽앤롤, 픽앤팝 등 2대2 공격과 속공이 살아난다. 꼭 김승현이 어시스트를 기록하지 않더라도, 게임의 흐름을 짚을 줄 알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살아있는 패스가 나간다. 이걸 받은 동료들이 다른 동료에게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면서 원활한 패싱게임에 의한 깔끔하고 세련된 농구가 완성된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상당히 즐겁다. 김 감독은 “김승현의 어시스트가 3개였지만, 모두 결정적인 것들이었다”라고 했다.
▲ 동료들의 변화
김 감독은 “승현이가 코트에 들어오면 더니건이 받아먹으려고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라고 했다. 마이클 더니건이 김승현과 경기를 해보니, 김승현이 뿌리는 패스의 맛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좀 더 많이 움직이는 농구가 가능하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공간과 찬스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김승현의 정상적인 가세는 이정석 등 다른 가드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김 감독은 “정석이가 부담을 덜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날 김승현과 이정석은 출전시간을 양분했다. 이정석도 짧은 시간에 좀 더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정석은 이날 24분간 7점 8어시스트라는 좋은 활약을 했다. 3쿼터 중반 오리온스가 턴오버를 쏟아냈을 때 이정석의 속공 전개와 이동준의 마무리는 단연 압권이었다.
▲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냉정하게 보면, 김승현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일단 김승현의 몸 상태 자체가 100%가 아니다. 김 감독은 당분간 김승현의 출전시간을 안배할 방침이다. 김 감독은 “아직 헉헉거리는 게 보인다. 본인이 많이 뛰면서 극복해야 한다”라고 했다. 게임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경기에 계속 나서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또 하나. 김 감독은 “승현이가 뛸 때 선수들이 좀 더 달려줘야 한다”라고 했다. 김승현의 패싱센스와 공간 창출을 활용해 받아먹는 득점을 좀 더 많이 올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여전히 김승현과 삼성 선수들의 호흡이 완벽하지 않다. 김승현이 올 시즌 8경기에 출전했으니 당연하다. 김승현 역시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동료들 역시 김승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센스 있게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실전과 훈련을 병행하면서 맞춰나가야 할 부분이다.
김 감독은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승현이가 생각보다 수비에서도 구멍을 내지 않는다”라고 했다. 사실 본래 김승현은 수비보다 공격에 강점이 있다. 아무래도 다른 가드들이 부상에서 회복되면 적절한 로테이션을 통해 김승현의 수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래야 김승현도 좀 더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결국 삼성이 진정한 김승현 효과를 누리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일단 김승현의 복귀 그 자체로 삼성 농구가 업그레이드 될 조짐이다.
[김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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