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인으로 진지하게 도전 중입니다.”
고양 원더스 허민 구단주가 드디어 국내 데뷔전을 치렀다. 허 구단주는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서 양신 선발투수로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SK 윤희상에게 더블플레이를 유도하는 등 경기운영능력이 수준급이었다. “8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3시간씩 연습했다”라는 너클볼의 효율적인 구사 덕분이었다.
허 구단주는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위메이크프라이스 대표이사다. 그는 약 9억달러(9981억원)을 지닌 IT 갑부다.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인이다.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구단주다. 매년 사재를 털어 원더스를 운영 중이다. 또한, 지난 8월엔 락랜드 볼더스라는 미국 캔암리그에 소속된 독립리그 팀에서 투수로 데뷔했다. 그는 “기업인이 아닌 야구인으로 진지하게 도전 중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8년동안 매일 너클볼을 던졌다
허민 구단주는 “우리팀에 150km 못 던지는 선수는 내가 유일하다”라고 했다. 야구 선수로 성공하고 싶은데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그의 선택은 너클볼이었다. “8년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세 시간씩 너클볼을 던졌다”라고 했다. 그 결과 지난 8월 미국 독립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수준급 너클볼을 던진다는 평가다. 허 구단주는 “원래 8~90km정도로 구속이 나온다. 오늘은 힘을 빼고 5~60km로 던졌다. 다음주부터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라고 했다.
허 구단주의 너클볼은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현역 투수들이 허 구단주에게 너클볼 그립을 가르쳐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허 구단주는 “김광현이 내 불펜 피칭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 선수들에게 그립을 가르쳐줬는데, 하루 아침에 잘 되면 메이저리그 간다”라며 웃었다. 미국에서도 허 구단주의 너클볼은 화제다. “지금도 동료들이 언제 미국에 오냐고 문자 보내고 난리다”라고 했다.
허 구단주가 독립리그에 입성한 건 원더스 김성근 감독의 도움이 컸다. 허 구단주는 “공 던지는 것만 연습했지 수비, 주자견제 등 전문적인 부분은 전부 김 감독님께 배웠다”라고 했다. 고양 원더스는 내년 1월 일본 고치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김 감독은 허 구단주에게 “스프링캠프에 들어오려면 비장한 각오로 와라”고 전했단다. 구단주라고 해서 봐주지 않고 지옥훈련을 시키겠다는 의지다.
▲ 실패에 익숙하다. ML을 바라보는 야구인 허민
허 구단주는 “실패에 익숙하다. 아직 10년간 야구를 더 할 수 있다”라고 했다. 허 구단주는 올해 만 37세다. 40대 후반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허 구단주는 “메이저리그는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추세다. 난 여기서 도전 중이다. 방출되면 또 다른 팀을 구하면 된다”면서 독립리그서 틈새 시장을 노릴 뜻을 밝혔다. 락랜드가 소속된 캔암리그는 마이너리그로 치면 싱글A 수준이다. 허 구단주의 1차적 목표는 독립리그서 트리플A 수준이 되는 팀에 몸을 담는 것이다.
허 구단주는 “딱 정해진 목표는 없다. 그저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속 마음을 드러냈다. “독립리그도 트리플A 레벨에선 메이저리그에 가는 선수가 많다. 롯데 유먼도 롱아일랜드 덕스라는 팀에서 눈에 띄어서 국내로 온 것”이라고 했다. 결국 허 구단주의 최종적인 꿈은 메이저리거다. 당장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가는 건 쉽지 않더라도, 독립리그서 10년간 버티다 보면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도 찾아온다는 계산이다.
▲ 원더스는 도네이션 구단, 선수로 뛸 마음 없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렇게 야구가 하고 싶으면 고양 원더스에서 구단주 겸 선수로 뛸 수 있지 않을까. 허 구단주는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라고 했다. 자신이 원더스에서 뛰면 원더스에서 뛸 수 있는 누군가의 자리 하나가 사라진다는 게 이유다. 고양 원더스는 이미 한 두 차례 좌절한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허 구단주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허 구단주는 “미국에서 뛰는 게 편하다. 한국은 이기기 위한 야구를 하지만, 미국은 야구 그 자체를 위한 야구를 한다”라고 했다. 물론 더 높은 수준의 리그로 올라가고 싶지만, 허 구단주는 미국에서 야구를 원 없이 하고 싶어 한다. 허 구단주는 “미국에선 야구를 하고 국내에선 사업을 하면서 지낼 계획이다”라고 했다.
허 구단주는 야구인으로서 이미 국내야구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창단이 어느덧 2년이 됐다. 허 구단주는 “원더스는 이미 최종 목표를 이뤘다. 도네이션 구단 아닌가”라고 했다. 원더스의 1년 운영비는 프로 구단에 못지 않게 많은 수준이다. 허 구단주는 매년 사재를 털어 원더스를 운영 중이다. 야구를 사랑하지 않고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허 구단주는 꿈을 조금씩 현실로 만들어간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어가고 있고 원더스를 통해 한국야구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무릎과 허리가 너무나도 아프다는 허 구단주. 희망더하기 자선야구의 취지에 공감해 기꺼이 대구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야구인 허민의 도전정신에 신체적 결함은 걸림돌이 아니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허민 고양원더스 구단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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