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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병원 내 정치를 다뤘다고 하기엔 긴장감이 덜했고, 로맨스를 비췄다고 하기엔 달달함이 부족한 MBC 수목드라마 '메디컬 탑팀'이었다.
12일 오후 방송된 '메디컬 탑팀' 20회에서는 마지막 순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완벽한 협진 팀으로 거듭난 탑팀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던 출범 당시에 비하면 지원의 규모는 줄어들고, 스스로 증명해야할 부분은 늘어났지만 고난 끝에 깊어진 서로를 향한 신뢰는 탑팀의 앞날을 희망적으로 만들었다. 러브라인도 박태신(권상우)은 최아진(오연서)과, 서주영(정려원)은 한승재(주지훈)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행복하게 마무리됐다.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극중 주인공들은 환한 미소를 지었지만, 외적으로 '메디컬 탑팀'은 시청률에서도, 시청자의 평가에서도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방향성의 상실이었다. '메디컬 탑팀'은 각 분야 최고의 의사들만이 모인 의료 협진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다. 캡틴 아메리카, 헐크, 아이언맨 등의 영웅이 한 자리에 모여 화려한 전투신을 펼치는 영화 '어벤저스'처럼 서로 다른 분야를 전공으로 하는 최고 의료진의 만남이라는 설정은 기존 의학 드라마의 그것을 뛰어넘는 긴장과 몰입을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한 자리에 모인 탑팀은 서로 다른 판단으로 반목할 뿐이었고, 한승재와 신혜수(김영애) 등이 펼치는 병원 내 정치싸움에 휘말려 '최고의 의료진이 가장 어려운 병을 앓는 환자를 살려낸다'라는 기본에 충실할 수 없었다.
첫 출발 당시 목표로 했던 협진 팀의 활약을 포기하고 선택한 정치 싸움이라는 요소도 가장 큰 갈등의 축이었던 한승재와 신혜수의 대결을, 병에 걸린 신혜수의 은퇴라는 신파적인 요소로 마무리하며 긴장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이 흔들리는 방향키를 고정시킬 마지막 희망이었지만 권력을 지향하며 살아오다 이상적인 의사 박태신을 만난 뒤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듯 했던 서주영이 큰 무리 없이 자신을 좋아하는 한승재와 맺어지고, 박태신 또한 자신을 짝사랑해온 최아진과 함께 하는 형태로 극의 전개가 변화되며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또 이에 따라 최아진과 동기의 알콩달콩 로맨스를 그릴 것이라 기대되던 김성우(민호) 캐릭터는 극의 중심에서 탈락하게 됐다.
캐릭터 하나하나에 매력과 사연을 부여한 '메디컬 탑팀'의 출발은 분명 나쁘지 않았지만, 항해 중 놓쳐버린 방향키가 내내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MBC 수목드라마 '메디컬 탑팀'의 배우 권상우, 주지훈, 정려원, 오연서(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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