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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된 외국인선수 케일럽 클레이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혀 없다. 마이너리그에서만 7시즌을 뛰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거듭난 찰리 쉬렉(NC 다이노스) 사례를 보면 클레이 또한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화 구단은 18일 오전 클레이와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 앨라배마 출신 우완 투수인 클레이는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4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었다. 빅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라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클레이는 아직 꽃피우지 못한 유망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한화는 그의 장래성을 높게 평가했다.
클레이는 마이너리그에서만 7시즌을 뛰며 통산 147경기에 등판, 26승 33패 평균자책점 4.19, 369탈삼진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27경기 중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승 5패 평균자책점 2.96(158⅓이닝 52자책)을 기록했고, 피안타율도 2할 2푼 5리로 좋았다. 140km 초반대 직구에 커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클레이에 대해 한 야구 관계자는 "찰리와 비슷한 스타일이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클레이와 찰리는 비슷한 면이 많다. 올 시즌 29경기에서 11승 7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한 찰리는 최고 구속 150km에 이르는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23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찰리는 타선 지원만 있었다면 15승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 정도로 잘 던졌다. 눈여겨볼 부분은 찰리도 클레이와 마찬가지로 마이너리그에서만 6시즌을 뛰었을 뿐 빅리그 경력이 전혀 없다는 것. '이름값'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 찰리다.
한화 관계자는 "클레이는 제구가 안정된 투수고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다"며 "메이저리그 기록은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장래성을 본 선택이다"고 말했다. 김응용 한화 감독도 클레이의 투구 영상을 보고 "제구가 좋더라"며 만족해했고, 주저 없이 그를 점찍었단다. 일단은 "10승 할 수 있는 투수 2명을 뽑아야 한다"던 김 감독의 눈에 들었다.
클레이는 올해까지 마이너리그 통산 369개의 삼진을 솎아내면서 볼넷은 156개를 내줬다. 최근 2년간은 171탈삼진-50볼넷으로 비율이 훨씬 나아졌다. 지난 2010년에는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캘리포니아리그에서 제구력이 가장 좋은 투수에 뽑히기도 했던 클레이다.
클레이도 한국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클레이가) 새로운 도전에 관심을 보였고, 흔쾌히 한국행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클레이는 계약 직후 "기회를 준 한화 이글스에 감사하다"며 "팬들과의 만남과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물론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 하지만 한화가 이름값에 휘둘리지 않은 선택을 한 건 분명하다. NC가 찰리를 영입했을 때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찰리와 클레이 모두 빅리그 경력은 없으나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했고, 각각 1985년(찰리), 1988년(클레이) 생으로 젊은 축에 속한다. 특히 클레이는 현재(18일 기준) 한국프로야구 최연소 외국인선수다.
찰리는 인성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경험이 적은 야수들이 실책을 저지르거나 불펜 방화로 승리가 날아가도 오히려 선수들을 다독였다. 화내는 법이 없었다. 누구를 만나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김경문 NC 감독도 "찰리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가 2년 연속 'NC맨'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클레이도 빠른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18일 자신의 SNS 트위터를 통해 "관심을 보여준 한국 팬들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팀 합류 전부터 국내 팬들과 소통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다. 계약 이후 클레이의 행보는 구단과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5.31로 이 부문 최하위였던 한화는 무려 12명이 선발로 등판했을 정도다. 게다가 선발로만 나선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외국인투수 데니 바티스타와 대나 이브랜드도 마찬가지. 그만큼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었다. 이제는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클레이의 활약 여부가 더 중요하다. 찰리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재현한다면 한화로서는 더 바랄 게 없다. 지금까지 행보만 놓고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케일럽 클레이.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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