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야구가 2014년에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
2014년에는 동계올림픽, 축구월드컵,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프로야구도 영향을 받는다. 동계올림픽만 시즌과 겹치지 않는다. 브라질 월드컵은 6월 13일부터 7월 14일까지 열린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린다. 정규시즌 기간과 완전히 겹친다. 전통적으로 국내야구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개최된 시즌에 관중동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축구 월드컵은 하계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분류된다. 전국민적인 시선이 집중된다. 아시안게임도 그에 못지 않게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더구나 내년 아시안게임은 인천에서 열린다. 야구계로서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은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 2002년엔 어땠나
통상적으로 아시안게임은 한국시리즈 이후 11월 혹은 12월에 치러졌다. 1998년 방콕,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 모두 그랬다. 반면 한국은 11~12월이면 춥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을 9월로 앞당겼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역시 10월 초에 열렸다. 실질적으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정규시즌과 동시에 겹치는 건 2002년 이후 12년만이다.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은 모두 한국에서 열렸다. 당시 국내야구는 흥행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2년 정규시즌 관중수는 239만4570명이었다. 2001년 관중수 299만1064명보다 약 60만명이 줄었다. 반면 국내야구가 월드컵만 영향을 받았던 2006년(304만254명)엔 2005년(338만7843명)에 비해 약 34만명만 줄어들었다. 심지어 2010년(592만8626명)엔 2009년(592만5285명)보다 약 3300명 정도 관중이 늘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동시에 국내야구와 일정이 겹치면 흥행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2002년엔 KBO도 이런 흐름에 협조를 했다. 당시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가 열렸던 날 국내야구는 열리지 않았다. 축구계에 협조도 하면서 야구장에 관중이 몰리지 않을 것을 우려해 추후 편성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한국의 16강전부턴 정상적으로 정규시즌을 진행했다. 부산 아시안게임 때도 야구가 끝난 뒤엔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렀다. 국민들의 시선이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향한 상황에서 국내야구가 관중을 수월하게 동원하는 건 쉽지 않았다.
▲ 2002년과 2014년,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물론 2002년과 2013년, 2014년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내년 월드컵은 브라질에서 열린다. 한국의 H조 경기시각은 한국시각으로 아침 7시(러시아전), 새벽 4시(알제리전), 새벽 5시(벨기에전)다. 저녁에 열리는 국내야구와 직접적으로 겹치지 않는다. 물론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엔 야구대표팀이 출격해야 하니 국내야구의 중단은 불가피하다. 만약 KBO가 아시안게임 기간에 야구 일정만 끝나고 곧바로 시즌을 재개할 경우 흥행에는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천을 연고로 하는 SK는 아시안게임 기간에 관중동원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2000년대 초반과 현재 국내야구의 인기는 차원이 다르다. 올 시즌 관중이 2006년 이후 7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644만1855명이 관중석을 채웠다. WBC 예선탈락 악재와 시즌 초반 좋지 않은 날씨 등을 감안하면 선전했다. 기본적으로 예전에 비해 야구 자체에 충성심이 높은 팬들이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났다. 가족, 여성, 어린이 등 야구팬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국내야구와 동시에 진행된다고 해도 국내야구의 흥행이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 대비책은 필요하다
물론 대비책은 필요하다. 올 시즌 관중동원은 뒷심을 발휘했지만, 7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 자체를 쉽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야구인은 “기후 문제는 항상 국내야구가 안고 있었던 변수다. 이렇다 할 큰 국제적 이벤트가 없었던 올 시즌에 관중이 줄었다는 건 국내야구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올 시즌 관중감소의 원인을 두고 분석이 많이 나왔다. 국내야구가 관중을 동원할 수 있는 시장 규모 자체가 650만명~700만명 선이 한계라는 주장이 나왔다. 야구 팬들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야구의 질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매년 올라가는 구장 임대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객단가가 매년 조금씩 올라가는 현실도 지적됐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 야구관람에 드는 비용이 자꾸 늘어나니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여러 정황을 볼 때, 2014년 국내야구가 2012년 이후 2년만에 700만 관중을 회복하는 건 만만하진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대비책이 나와야 한다. 구단들은 매년 KBO에 관중유치 계획을 제출한다. 그 계획 속에 고민의 흔적이 나타날지 모르겠다. 한국 스포츠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특수를 맞이하는 2014년. 한국프로야구가 거센 소용돌이와 만난다. 멀리 보면 한국야구의 브랜드 가치 유지와 맥이 닿는 문제이기도 한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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