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농구판 소통불통의 단면이다.
남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22일 잠실체육관. 올스타전 메인 경기 이후 코트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최근 KT와 오리온스가 단행한 4-4 트레이드가 무산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올스타전의 흥겨움은 도망갔고, 트레이드 당사자들과 KT, 오리온스 구단 관계자들이 진땀을 뺐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 농구 팬들 역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 4-4 빅딜 무산 해프닝 막전막후
KBL은 매 시즌 두 차례씩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올 시즌엔 지난 11월에 1차로 실시했는데, KT에선 김도수와 또 다른 국내선수가 지목됐다. KBL 관계자에 따르면, 도핑테스트를 1~2차로 나눠 실시한다. 확인 결과 김도수는 1차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왔고, 최근 2차테스트 역시 양성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수가 어떤 이유로 금지약물을 복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일로 두 팀의 트레이드가 무산될 뻔했다.
KBL 규정상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최초 9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는다. KBL이 반도핑위원회를 열어 김도수에 대한 징계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면, 그 시점부터 김도수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오리온스는 당혹스러웠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도수를 당장 활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우리도 트레이드가 성사된 다음날 도핑테스트 결과를 받았다”라며 오리온스에 김도수의 도핑 양성반응 사실을 미리 통보하지 못한 게 고의가 아니었다고 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오리온스가 서운함을 표시했고, 한때 트레이드 무산 직전까지 갔다. 양 구단은 원래 트레이드 합의문을 23일 KBL에 발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니 트레이드 자체를 무효 처리해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러나 후폭풍이 너무 커지자 오리온스와 KT가 사태를 원만하게 대화로 풀면서 트레이드는 그대로 성사됐다. 어쨌든 김도수는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KBL 관계자는 “소명 기회를 주겠지만,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징계는 내려진다”라고 했다.
▲ 농구계의 소통불통
현재 한국농구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한 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농구인들이 서로 단합하지 못하고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KT-오리온스 빅딜 무산 해프닝도 결국 의사소통의 부재가 낳은 사태였다. 트레이드 당사자 8명은 졸지에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매우 괴로워했다고 한다. 컨디션 유지, 향후 경기력에 도움이 될 게 없다.
농구판의 소통불통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 농구 단체 중 일 처리를 가장 깔끔하게 하는 단체는 단연 WKBL이다. 최경환 총재 부임 이후 신뢰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KBL과 대한농구협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BL은 22일 올스타전 현장에서도 즉석에서 3점슛 콘테스트 방식을 바꿔 팬들과 취재진에게 혼란을 안겼다고 한다.
최근 애런 헤인즈 폭력사건, 모니카 라이트 도망사건부터 끊임없는 심판판정 문제 등도 크게 보면 농구계 소통불통의 단면으로 보면 된다. 이런 문제가 쌓이고 쌓여 경기력 저하와 함께 팬들의 신뢰를 잃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농구계 내부에서 분열 및 반목으로 인한 의사소통 부재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농구의 발전도, 미래도 없다.
한편, 오리온스와 KT는 현재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4-4 트레이드는 성사됐다. 그런데 실제로 김도수가 9경기 출장정지를 당하면 KT가 어떤 식으로든 오리온스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T의 보상방식에 대해선 농구계가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지만, 워낙 비밀스럽고 예민한 부분이라 합의 내용이 당장 발표될 가능성은 낮다.
[트레이드 직전에 열렸던 KT-오리온스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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