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연봉협상 풍경이 바뀌었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스토브리그서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선수단 연봉 계약이다. 이미 FA 계약은 마감된 상황. 구단들은 막바지 코칭스태프 인선과 함께 선수단 연봉 협상에 열을 올린다. 선수단 계약 마감일은 내년 1월 31일이다. 공식적인 비활동기간이 1월 31일까지이기 때문. 구단들은 보통 1월 20일을 전후로 해외에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훈련 분위기를 어수선하지 않게 하기 위해 늦어도 1월 중순까지는 계약을 마감하려고 한다. 야구인들에 따르면, 최근엔 연봉협상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 선수-선수도 보이지 않는 긴장모드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만 하더라도 선수들의 연봉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 연봉에서 ‘부익부빈익빈’현상이 심화됐다. 특히 FA 제도 도입 이후엔 점점 더 격차가 벌어졌는데, 최근 몇 년 사이 FA 대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FA 다년계약으로 부를 쌓은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더구나 최근엔 FA 신분이 아닌 일부 선수들도 5~6억원이 넘는 계약을 하는 시대다. 반면 최저연봉은 여전히 2400만원이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저연봉 선수는 실력으로 어필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선수단 1년 인건비는 어차피 정해져 있다. 고연봉 선수와 저연봉 선수의 격차는 줄어들기가 쉽지 않다. 특히 연봉을 많이 받는 베테랑들이 엄청난 부진을 겪지 않는 한 연봉이 크게 깎이지 않고, 그 고통 분담을 결국 나머지 선수들이 해야 한다.
이러니 FA 자격을 얻지 못한 1군 선수들은 기왕이면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안간 힘을 쓴다. 선수-구단뿐 아니라, 선수-선수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긴장모드가 있다는 후문. 한 야구관계자는 “비슷한 선수의 A가 얼마 받았으니 나도 이 정도는 받고 싶다”라고 버틸 때 협상 실무자가 가장 곤혹스러워 한다고 토로했다. 물론 매년 생존경쟁의 연속인 2군 선수들은 구단의 ‘통보’에 말 없이 도장을 찍는다고 한다.
▲ 협상결과 발표하지 않는 팀들의 속사정
구단들도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다. 현재 넥센, 두산 등은 주요 선수의 계약을 속속 발표한다. 그러나 삼성, 롯데 등은 좀처럼 계약 소식을 발표하지 않는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의 경우 22일까지 단 1명의 연봉 협상 타결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삼성이 실제로 연봉계약을 단 1건도 체결하지 못한 게 아니다. 이미 상당수 계약을 진행했으나 구단이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대로다. 비슷한 성적을 낸 선수들이 연봉을 더 받아야 한다고 버티면서 구단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다. 계약을 일찍 마친 선수는 대우를 덜 받았다고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구단과 선수 모두를 위해 일괄 발표를 택하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엔 구단들이 10~20명의 연봉협상 결과를 한꺼번에 발표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삼성만 하더라도 2군 선수들의 계약은 끝냈고, 주전급 선수의 계약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최근 여유가 있는 선수들 사이에선 개인해외훈련이 유행이다. 현재 자비를 들여 괌, 사이판 등 따뜻한 해외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선수가 상당히 많다. 문제는 이들 중 연봉 협상을 완료하지 않은 선수가 있다는 것. 구단 입장에선 이들과 전화 혹은 이메일을 통해 협상을 벌인다. 얼굴 맞대고 얘기하는 것에 비해 의사소통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실질적으로 주전급 선수들의 연봉협상이 지연되는 이유다. 이들은 결국 스프링캠프에서 협상 테이블을 차린다.
▲ 연봉협상 실무자도 괴롭다
선수의 마음만 심란한 게 아니다. 구단의 연봉협상 실무자들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지면서 연봉 협상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했다. 선수단 인건비는 정해져 있는데, FA 계약으로 인건비를 많이 사용했고, 고액 연봉자들의 몫을 생각하면 저연봉자들의 연봉이 쑥쑥 오르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때문에 몇 년 전 LG가 신연봉제를 도입해 연공서열을 사실상 파괴했다. 하지만, 구단들의 연봉협상 잡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FA 계약과 선수단 연봉계약에 쓰일 돈이 따로 책정되는 건 맞다. 그래도 둘 다 인건비다. 인건비 예산을 올리면 결국 야구단 살림이 커져야 한다”라고 했다. 식대, 숙박, 구장 임대료 등 어차피 고정 지출은 정해진 상황. 인건비가 증가하면 야구단에서 쓰이는 돈 자체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국내 9개구단은 자체적으로 돈 한 푼을 못 번다. 모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성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 예산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푸념이다.
선수는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어 한다. 구단은 정해진 예산 속에서 연봉고과시스템에 따라 1/N을 하려고 한다. 연봉고과 자체를 부정하는 선수는 없다. 그런데 그 객관적 연봉 산정 범위 속에서도 약간의 밀고 당기기에 따라 액수는 조금씩 변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그 과정에서 오해와 신경전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사람이 생긴다. 역지사지로 이해해줬으면 한다”라고 했다. 돈으로 말하는 프로의 세계. 요즘 야구판 연봉협상 풍경을 보면 꼭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복잡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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