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성과가 곧바로 나오기는 쉽지 않은 분야. 하지만 밝은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길을 닦고 있다.
흔히 2군이라 말하는 프로야구 퓨처스리그. 자칫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이 안 되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선수층이 두꺼운 팀들이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이를 인지한 각 구단들도 육성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SK 역시 육성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단 조직 체계부터 손질했다. 일단 지난 2월 구단 조직개편에서 육성팀을 신설했다. 또한 지난 19일 발표된 조직개편에서도 육성 분야에 방점이 찍혔다.
SK는 올초 열린 스프링캠프를 1군 뿐만 아니라 퓨처스 선수단 역시 해외에서 실시했다.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11일까지 코치 7명, 선수 26명 등 선수단 33명을 중국 광저우로 보냈다.
이 캠프에 참가했던 김도현은 "무엇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좋았다. 그리고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경기감각을 안 잃어 버렸고 시설 역시 운동할 수 있게 잘 돼 있었다"며 "덕분에 기량을 많이 늘릴 수 있는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해외 전지훈련 뿐만 아니라 연봉 시스템 역시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구단들은 퓨처스리그에서 제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 대해서도 1군 성적이 없거나 미미하면 다음 시즌 연봉 계약 때 동결 혹은 100만원 인상만 제시했다.
SK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깼다.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들에게는 적지 않은 폭의 연봉 인상을 해준 것이다.
박윤의 경우 퓨처스리그에서는 타율 .324 2홈런 40타점으로 활약했지만 1군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동결 확률이 높았지만 이번에는 기존 3000만원에서 500만원 인상된 3500만원에 계약했다.
박윤 뿐만 아니라 올시즌 1군에서 2경기 출장에 그친 김도현도 연봉이 2400만원에서 2800만원으로 상승했다.
SK는 "선수들에게 퓨처스리그 경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1군 중심 연봉체계와는 별도로 퓨처스 연봉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고, 이번에 23명의 선수가 이 시스템에 적용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퓨처스 선수단은 새로운 연봉 시스템에 대해 시즌 중후반부터 알게 됐다. 이에 대해 김도현은 "퓨처스 기록이 좋다면 연봉을 올려주다보니 동기부여가 됐다"며 "하나라도 더 하려고 하고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예전에는 '그냥 퓨처스리그에만 있겠구나'라고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잘하면 연봉도 올려받을 수 있고 1군도 올라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SK는 올시즌부터 퓨처스리그에서도 주간 MVP와 월간 MVP를 선정해 시상했다. 주간MVP의 경우 상금 20만원, 월간 MVP는 상금 50만원을 수여했다. 1군 선수들에게는 많지 않은 금액일 수 있지만 퓨처스 선수들에게는 자신이 팀에 인정받고 있다는 금액 이상의 효과를 줬다.
SK는 육성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연습구장 건립에도 집중하고 있다. 드림파크로 명명된 이 시설은 인천 강화군 길상면 장흥리 산34-1번지 일대에 SK와 강화군이 공동으로 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정규야구장 2면과 실내연습장, 전용 숙소가 지어진다. 내년 하반기에는 완성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팬들이 직접 볼 수 있는 변화는 적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랫돌부터 차근차근 쌓아가는 가운데 SK의 밝은 미래도 영글고 있다.
[퓨처스리그 팀내 주간 MVP로 선정된 김영롱(왼쪽), 김도현(오른쪽)이 김용희 육성총괄(당시 퓨처스팀 감독)과 기념 촬영한 모습(첫 번째 사진), 강화에 건립 중인 드림파크 조감도(두 번째 사진).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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