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님이 보고계셔' 진선규, "사람 대 사람 되는 순간의 아름다움"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에겐 매 작품마다 다른 모습이 중요하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품마다 전하는 메시지가 다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뿌리는 한 배우이지만 이들은 매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줘야 한다. 자신만의 장점은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다채로움을 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진선규(36)는 관객들에게 참 많은 재미를 주는 배우다. 연극 및 뮤지컬 무대에서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스크린, 브라운관에서 활약하며 매번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역량을 뽐내고 있다. 현재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 역시 뿌리는 같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과 북의 군인들이 100일간 함께 생활하며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악명 높은 냉혈한 북한군 상위 이창섭 역을 맡은 진선규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강하지만 그 안에선 약한 역을 주로 연기했다. 악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약하기 때문에 강한 척 하고, 내가 살기 위해 강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여신님이 보고계셔' 창섭도 참 매력적인 인물이다"고 입을 열었다.

▲ "최대한 진지함은 버리지 않을 것이다"

진선규는 앞서 뮤지컬 '아가사'에 출연하며 강한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속 창섭도 또 다른 강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설???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진선규는 "창섭은 100% 연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창섭이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는데 너희 알다시피 내 목소리는 이렇게 착하고 맨날 실실 웃지 않냐. 너네랑 놀다가 갑자기 눈에 힘 주고 카리스마 잡아보겠다고 해서 잡히는게 아니다. 나는 최대한 착한 사람이다. 너희가 알고 있는 창섭도 최대한 착한 사람이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진선규는 억지로 자신이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하려 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한 것은 다른 이들이 창섭을 무섭게 보는 것이었다. 그래야 창섭과의 관계가 생기고 카리스마가 생기는 것이다. 절대 지지 않으려는 창섭의 의지만을 보이더라도 다른 이들과의 호흡이 함께 한다면 창섭 자체의 성격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캐릭터를 잡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 혼자 무언가를 만드는 게 아닌, 상대역과의 호흡으로 인해 탄생되는 인물이 곧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이 된다. 그는 "창섭은 카리스마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엄마한테 돌아가려는 큰 목적, 그 마음으로 인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 뿐이다"고 말했다.

"창섭이 죽일듯이 달려들다가 갑자기 바보처럼 되는 부분에 있어 고민도 많이 했다. 그래서 최대한 바보가 되지 않으려 했다. 그 때 생각했던 게 진지함을 계속 버리지 말자는 것이다. 어떻게든 순호에게 맞춰주는 것으로 가려 했다. 진지함은 버리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근데 가끔 버려진다."(웃음)

▲ "그렇게 눈물이 나는데 참는다"

사실 진선규가 캐릭터 만큼이나 고민했던 것은 북한 사투리다. 원래 평안도 사투리였던 것이 이번 공연에 함경도 사투리로 바뀌어 일반적으로 대중이 알고 있는 북한 사투리와는 달랐다.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사투리가 미묘하게 다른 것처럼 이 또한 미묘하게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믿어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사투리 자체에 대한 고민은 떨쳐 버렸다.

연습 당시엔 연기보다 노래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스태프들이 있어 이겨냈다. 그는 "다른 배우들이 다 노래를 잘 하는 친구들이다. 거기에 화음을 넣어야 하고 부족하면 안 되니까 많이 걱정했다. 뮤지컬은 연극보다 할 것이 더 있지 않나. 음악, 안무 등 한번 틀리면 땡이라 너무 긴장 된다. 근데 양주인 음악감독님도 '목소리 톤이 좋으니 자신있게 하라. 노래를 못해도 정서가 묻어 있으니 믿어진다'고 했다. 그 때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조금씩 창섭이 된 진선규. 그렇다면 그에게 제일 큰 울림을 주는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진선규는 딸을 그리워하는 한영범 이야기를 꼽았다. 그는 "나도 지금 딸이 있어서 정말 그 마음이 이해 간다. 그 대사를 뒤에서 듣고 있을 때 울컥할 때가 많다"며 "내가 영범이라도 진짜 미친듯이 살려고 할 것 같다. 딸과의 에피소드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 마음이 참 짠하다"고 털어놨다.

그가 연기하는 창섭 에피소드 역시 그를 울린다. 사실 '여신님이 보고계셔' 자체가 진선규를 울린다. 진선규는 "특히 엄마와 대화하는 신은 눈물이 나서 영 못하겠더라. 창섭이라면 울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앞을 보고 하기로 했다. 울음을 이겨내고 얘기하려는 마음이 더 전해지는 것 같다"며 "근데 그거보다 더 슬픈건 맨 마지막에 헤어질 때다. 그때 그렇게 눈물이 나려 하는데 눈물을 참는다"고 고백했다.

이어 진선규는 순호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운을 뗐다. 그는 "각각 순호마다 느낌이 다 다르다. 이미지적으로 봤을 때 려욱이는 정말 내가 괴롭히면 안될 것 같은 아기 같다. (이)재균이는 '이 새끼 뭔가 있는 것 같은데?' 하는 눈빛을 갖고 있다. '뭐지?' 하면서 쳐다보게 되고 의심하게 된다. (신)성민이랑은 공연을 제일 많이 했는데 성민이도 약간 재균이와 흡사한 느낌을 갖고 있다. (전)성우는 되려 려욱이처럼 아기 같은 면이 있다. 여성스러운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 "사람 대 사람이 되는 순간의 아름다움"

'여신님이 보고계셔'가 힐링극이라고 불리는 만큼 관객들은 물론 진선규 역시 힐링을 얻고 있다. 정작 본인은 "간나 새끼야!"라는 대사를 계속해 목이 아플 지경이지만 장면 하나 하나가 재미있다. 특히 물고기 잡는 신에서 미역을 딸 때는 강약 조절을 하려고 하지만 '엇 이러면 안돼' 하면서 관객들 머리카락을 더 세게 잡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하지만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이런 재미 속에서도 전쟁이라는 아픔은 참 아리다. 그는 "실제라면 더 잔인하고 위트도 없지 않았을 것 아니야. 계속 소리 지르고 퇴장도 없고 그러니까 다 힘들어 하는데 하고 나면 좋은 작품이다. 힐링될 수 있다는 마음들이 좋다"고 말했다.

"최대한 진지하게 하고 있다. 진지함은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음 속에 누구나 있는, 내가 말했던 그 여신이 나에게 큰 힘이 된다. 그게 무엇이든 사람마다 그 깊이도 다 똑같다. 그렇게 느껴지니까 관객들도 '내 여신이 뭐지?' 생각하게 되고 그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진선규의 여신님은 무엇일까. 그는 "판가름 하기 어려운 세 개가 있다. 그게 가족, 극단 간다, 좋은 배우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여신님이 되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그리고 밖에서 일할 때는 간다가 제일 중요하다. 또 그냥 나 진선규로서 중요한 것은 좋은 배우가 되고자 하는 목표다"며 "하나로 ? 말하면 다른 것들을 버리는 것 같다. 나의 여신은 세 명이라 할 수 있다. 가족, 간다, 좋은 배우라는 지향점이다"고 털어놨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사람과 사람으로 대했을 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용서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친구가 돼가는 과정을 이야기 한다. 남과 북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것들은 내가 만든게 아니다. 내가 아닌 다른 것들이 만든 것이거나 그저 그 틀 안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다 똑같은 사람이고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그런 면에서 사람 대 사람이 되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고마운 작품이다."

한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오는 7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진선규, 공연 이미지. 사진 = is ENT, 연우무대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