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님이 보고계셔' 전성우, "여유 생기니 많은 것이 변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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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원조란 말은 남다른 자부심을 갖게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을 주기도 한다. 그 원조가 다시 돌아왔을 때 관객들이 갖는 기대는 상상 이상이다. 이전과 다를 것 없는, 그저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줄 뿐인데 '원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는 순간 이는 곧 어려움이 된다.

배우 전성우에게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그렇다. 지난해 1월 초연 당시 전쟁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 북한군 류순호 역을 맡아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과 함께 어두운 내면의 상처를 인상 깊은 연기로 선보였던 전성우에게 '여신님이 보고계셔' 삼연은 '원조'라는 타이틀을 쥐어줬다.

때문에 지난 10일 전성우는 첫공연을 앞두고 많은 부담을 느꼈다. 초연과는 다른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거는 기대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다. 원조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적이 없기에 다시 돌아온 전성우는 더 새로운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다.

전성우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신이 없다. 아무리 했던 공연이라도 상대 배우와 장소가 다르니 아무래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냥 새로운 공연 다시 하는 느낌이다"고 입을 열었다.

▲ "돌아왔다는 말, 부담스럽고 걱정도 된다"

앞서 밝혔듯 전성우에게 '원조', '돌아온다' 등의 기대는 부담이 됐다. 그는 "사실 그 말이 부담스럽다. 돌아왔다라.. 어딜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항상 모든 작품은 매번 다시 시작하는 것 같다. 재연을 한건 '쓰릴미', '밀당의 탄생' 정도인데 항상 할 때마다 새롭지 그걸 다시 생각해본적은 없다. 그런 말이 오히려 독이 된 것 같아 부담스럽고 걱정이 많이 된다"고 고백했다.

전성우는 부담감으로 인해 삼연 출연 역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느 누구나 기대 만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정말 잘 했다고 하더라도 기대가 크면 잘 한 것도 잘 하지 못한 것처럼 보일 것 같았기 때문. 그는 '원조 류순호'라는 말에 "그랬었나? 전혀 아니다.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게 그 때는 (신)성민이 형하고 (윤)소호랑 다 너무나 잘 했다"고 밝혔다.

"사실 나는 그냥 내 나름대로의 순호를 표현하려 했고 그냥 주어진 것 안에서, 내가 가진 것 안에서 표현을 했기 때문에 캐릭터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하고 또 아닌 분들은 싫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 너무나 부담스럽다. 어떤 공연을 하건 부담스러운건 똑같은데 일단 지금은 이 상황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맡은 것에 대해 더 이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전성우에게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부담감을 지울 수 있을 만큼 큰 매력이 있었다. 힐링극이라 불리는 만큼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통해 얻는 것이 많기 때문. 그는 "사실 배우로서는 한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더 생각하는데 그 인물에 충실하면 작품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관객들이 본인만의 여신을 생각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갔다"고 말했다.

"작품 자체만 두고 봤을 때는 초, 재연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다르게 생각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여전히, 참 좋은 작품이다. 누구나 일상 생활을 하다가 잊고 살았던 부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따뜻한 작품이다. 우리 나라 창작극 중에서도 정말 잘 나온 작품이니 모두 편한 마음으로 봤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 "자기와의 싸움과 변화, 순호와 비슷하다"

전성우는 '여신님이 보고계셔' 무대에 오르며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분명히 힘든 부분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게 하는 힘은 자신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순호에 더 몰입하고 있고, 작품에 더 녹아들고 있다.

전성우는 첫공연 중 다친 손을 보여줬다. 그는 시퍼렇게 멍이든 손바닥을 보며 "첫공연 때 다친 거다. 몰입해서 감정을 만들어내다 보면 정해진 합보다 더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 그런 것도 있다. 첫공연 후 다음날 너무 힘들더라. 온 몸이 다 쑤셨다"고 털어놨다.

"사실 순호라는 인물이 되게 어려운 캐릭터라 힘들다. 트라우마가 있으면서 100% 트라우마 때문에 그러지도 않는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복합적인 감정들이 많기 때문에 확실히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다. 거기에 땀까지 많아서.. 근데 그런 부분에서 참 순호와 내가 비슷한 것 같다. 어떤 자기와의 싸움, 자기 자신에 대한 변화 같은 것들이 내가 다시 스스로를 되새기면서 결과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게 한다. '이건 내가 잘 한 것 같아' 하는 부분도 있고 가끔은 아닐 때도 있다. 그러면서 계속 힐링하고 또 다시 상처 받을 때도 있고 계속 그런 상태다."

이어 전성우는 순호에 대해 "감정의 변화가 중요하다. 사실 순호라는 인물 자체는 너무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한없이 무겁다. 초연 때는 그걸 버리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 인물에 대해 느끼는 건 지금도 비슷하지만 표현하는데 있어 너무 딥하지 않게 표현하려 한다"며 "새로운 부분들은 똑같은 작품이라도 표현하는게 다르고 생각하는게 다르니까 아무래도 좀 다른 느낌으로 전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는 사실 그렇다. 어느 공연이건 안으로 가져가는 디테일은 있지만 많이 보여주려고 하진 않는다. 그냥 있는 그 자체로 이 사람이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려 한다. 어찌 보면 되게 무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색깔을 넣어서 팍 튀게 만드는건 아닌 것 같다. '순호가 저런 인물이었겠구나' 그 자체로 봐주시는 게 가장 좋다. 순호는 뭐랄까. 멀리 있는 낯선 인물이 아니라 옆에 있을 수 있는 아이다. 아픔이 있는 아이가 그걸 극복하기 위해 뭔가를 하는 모습 자체를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또 전성우는 마음이 동한 에피소드로 이창섭과 어머니 이야기를 꼽았다. 그는 "아무래도 엄마와의 이야기는 마음이 동한다. 그건 어릴 때도 느끼지 않나. 단순히 수련회를 가서도 초만 봐도 눈물이 나는 것처럼"이라고 말하며 웃은 뒤 "에피소드보다 스쳐가는 순간 순간들이 더 확 지나가는 게 있다. 그런걸로 많이 치유를 받는다"고 말했다.

▲ "여유가 생기니 많은 것이 변했다"

작품을 통해 치유를 받는 만큼 공감도 많이 된다. 트라우마로 괴로워 하는 순호처럼 전성우에게 슬럼프는 없었을까. 이에 대해 전성우는 "슬럼프를 겪기에는 아직 많은 경험을 하지 않았다. 슬럼프라기 보다는 배우로서 변하는 지점은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재작년에 '삼천'을 했을 때 많이 배웠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많이 배우고 그 때 이후부터 내가 좀 변하지 않았나 싶다. 일단은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한 책임감, 또 어떤 역할을 표현할 때 좀 더 여유로워졌다"며 "그 전에는 조급한게 심했다. 지금보다도 더 어릴 때고 많이 모를 때여서 성숙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경험들로 인해 좋았던 부분도 있는데 아쉬움이 크다. 특히 '삼천'은 너무 아쉬움이 커서 지금 하면 좀 다르지 않을까 욕심은 있다"고 밝혔다.

"그 이후로 많이 바뀌었다. 그게 나는 되게 좋은 것 같다. 배우가 사실 무대 위에서도 그대로 나오는 것 같다. 어떤 캐릭터를 표현할 때든 그 여유라는게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그건 어떤 말로서 표현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제가 느끼는 거라.. 그런 여유가 시각도 바꾸게 했고 작품에 임할 때도 예전 만큼 그렇게 서둘러서 조급하게 일을 하다 그르치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이 생겼다."

사실 전성우는 또래 배우들에 비해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그로 인해 인기도 많이 얻게 됐다. 이에 대한 본인만의 자신감은 없을까. 그는 "그런 것과 자신감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항상 최선을 다 할 뿐이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연기라는게 참 그렇다.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한데 인기라는건 눈에 보이는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 어렵다. 그저 기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랄 뿐"이라며 "기대감이 제일 큰 독인 것 같다. 사실 작품에 대한 이해도 역시 별로 다른 게 없다. 표현방식을 좀 더 다르게 생각할 뿐이다. 순호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표현하는게 이 인물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배우로서의 계획은 변함이 없다. 처음에 생각했던 제 목표는 서른이 되기 전까지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비슷한 느낌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을 가질 수 있는 게 목표였다. 크게 봤을 때는 그냥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다양하게 하고 싶고 기회만 된다면 영화, 드라마도 하고 싶다. 연기에 선을 두고싶지는 않다. 다양하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면 기회가 왔을 때 철저히 준비하려 한다. 사실 기회라는 것이 많이 오더라도 그걸 잡는다는게 쉽지 않으니까 구준히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지 않을까."

한편 전성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오는 7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전성우. 사진 = is ENT, 연우무대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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