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차지연이기에 가능하다. 명성황후를 연기한 배우들은 여럿 있지만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차지연이라서, 차지연이어야만 그 안의 명성황후를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다.
2015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은 명성황후의 진짜 얼굴과 진실을 찾아 나서는 내용을 담은 작품. 명성황후 시해사건 을미사변을 그리며 조선의 마지막 국모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전한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의 역사적 픽션에 사진사 휘와 명성황후의 마음을 달래주던 궁녀 선화라는 두 명의 가상인물 넣어 창작극의 재미를 살렸다. 자칫 역사 미화로 볼 수도 있지만 창작극의 한계를 깨트리며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만큼 작품 자체의 캐릭터만을 볼 필요가 있다.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명성황후는 순수함이 짓밟혀 버린 궁 생활을 견디며 권력 싸움 속에 자신을 지켜내야만 했다.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모의 자리를 지키며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기에 더 강해져야 했고, 그 안에서 더 혼란스러움을 이겨내야 했다.
그래서 더 명성황후의 내면이 깊게 표현된다. 강한듯 하지만 사실은 여리고, 평정심을 지키려 하지만 결국에는 그녀도 한 인간이기에 행한 행동 등을 통해 그녀의 휘몰아치는 내면이 어떤지 더욱 깊숙이 들여다 보는 것이다.
이는 사진사 휘와 선화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더욱 극대화 된다. 민영익과 휘가 만나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의 인생을 되짚어 본다. 또 휘의 연인 선화가 안타까운 결말을 맺게 되고, 그러면서도 명성황후를 심정을 이해하는 모스빙 그려지면서 명성황후의 깊은 내면이 더 세심하게 그려진다.
극 중 깊이 내다본 명성황후의 내면은 심란하기 그지 없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암살을 당할까 자신의 진짜 얼굴을 내보이지도 않는다. 화장은 두꺼워져만 가고 사진 촬영도 거부한다. 그만큼 자신을 꽁꽁 숨긴 채 살아가고,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 속에 자신을 지키려 한다.
그러나 을미사변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무너져버린 국모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명성황후의 내면은 더 처절해진다. 때문에 명성황후를 연기하는 차지연의 내면 연기가 빛날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어루만져줄 수 없는 고통에 휩싸여 살아가는 그녀의 삶을 표현하는 차지연의 세심한 연기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가창력뿐만 아니라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 탄탄한 연기와 내면을 겉으로까지 표출하는 몸의 움직임이 캐릭터를 더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게 만든다. 차지연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차지연을 비롯 주요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가창력이 돋보인다. 재연이기 때문에 차지연을 비롯 고종 역 박영수, 김옥균 역 김도빈, 민영익 역 조풍래, 선화 역 김건혜 등 주요 배역들 역시 안정된 연기를 선사한다. 앙상블 열기 서울예술단 특유의 한국적인 안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금은 다른 접근 방식으로 명성황후 이야기를 다루며 주요 배역들의 이야기를 넘버 및 안무로 확실하게 전해 가무극의 진면모를 선보인다. 한국적인 작품인 만큼 굿과 판소리 등이 작품성을 높이고, 현대 음악과 클래식을 비롯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무대 구성이 돋보인다.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시간 150분. 오는 1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문의 02-523-0984.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 이미지.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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