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흔히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대학을 졸업하면 인생이 조금 달라질 줄 안다. 대학만 들어가면 이제부터는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 여기지만, 막상 들어간 후 별 것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능시험보다 더 어려운 취직 시험들이 존재하고, 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한다. 스펙을 쌓는다고 해서 취직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인턴자리라도 주어지면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이마저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 정직원의 꿈을 꾸며, 열정 페이만 받고 다니는 인턴생활. 그럼 정직원이 될 수 있을까? 희망을 가져봤자 상처 받는 건 나 자신일 뿐이다.
영화 ‘오피스’의 이미례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속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이미례를 보고 있자면 흔한 그 나이대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오피스’가 소름 돋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공포와 스릴러 장르가 혼합된 영화여서도 사람이 죽는 모습들이 그려져서도 아닌, 너무나 현실적인 것들과 마주해서 얻게 되는 소름이다.
‘오피스’는 김병국 과장이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는데서 시작한다. 이후 그가 회사로 돌아온 모습이 CCTV에 찍히고,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극대화 되며 회사 속 개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된다. 김병국 과장이 회사를 다시 나간 모습은 포착되지 않고, 사무실에서는 살인사건들이 일어난다. 이런 이야기들은 공포와 스릴러 사이에서 탁월하게 줄타기를 하는 홍원찬 감독의 연출력을 통해 긴장감을 안긴다.
공포와 스릴러, 빙의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오피스’ 속 세계를 현실감 있게 만든 건 배우들의 힘이 크다. 말 그대로 믿고 볼 수밖에 없는 배우들이 제 롤을 충실히 소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김과장 역을 맡은 배성우와 인턴 이미례 역을 맡은 고아성, 사건을 파헤치는 최종훈 형사 역을 맡은 박성웅을 주목할 만 하다. 배성우는 별다른 설명 없이 그려지는 김병국 과장이라는 캐릭터에 눈빛, 행동 하나만으로 사연을 부여하는 독특한 힘을 발휘한다. 고아성은 주눅이 든 모습부터 광기에 찬 모습까지, 폭넓은 진폭으로 이미례라는 캐릭터를 스크린에 쏟아 낸다. 박성웅은 영화를 위해 배우로서 자신의 발톱을 감춘 채 판을 깔아주는 미덕을 발휘한다.
‘오피스’는 작게는 회사 생활, 크게는 이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개개인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또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돌아보게 한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밝힌 수는 없지만) 더 나아가서는 사회를 향한 88만원 세대의 잔혹한 복수극이기도 하며, 이미례에게 공감하는 관객들에게는 꽉 막힌 곳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힐링 무비기도 하다. 아직 직장 생활을 해보지 못한 10대들에는 쫄깃한 공포 스릴러로 다가올 것이다.
[영화 ‘오피스’ 스틸.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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