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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헤겔의 변증법으로 설명하면, 영조는 ‘정’, 사도는 ‘반’, 정조는 ‘합’이다. 영조와 사도의 비극적 관계가 끝난 이후에 정조는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열었다.
“이토록 슬픈 사건에서 정조는 반드시 등장해야죠. 정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참혹한 비극을 어린 나이에 목격했어요. 비극을 정화하는 역할을 정조가 해야한다고 판단했죠.”
조선왕조 3대에 걸친 인과관계를 재조명하는 작품에서 정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준익 감독은 소지섭을 캐스팅하기 위해 삼고초려 했다. 소지섭 역시 고민 끝에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소지섭의 부채춤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어요. 그의 춤 모습을 자세히 보면, 사도세자의 아픔이 배어 있거든요. 그 장면에는 이 영화가 꼭 전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이준익 감독은 ‘황산벌’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 ‘라디오 스타’ 등에서 ‘놀이의 미학’을 담았다. 놀이로 아픔을 치유했고, 위기를 극복했다. 놀이를 통한 유희본능은 이준익 영화의 핵심 테마다.
그러나 ‘사도’에선 놀이의 미학 대신에 춤의 미학을 끌어들였다. 과거와의 화해를 위해서 살아남는 자가 슬픔을 정화하고 승화시켜야한다고 판단했다. 소지섭에게 정조 역할을 맡긴 이유다. ‘왕의 남자’에서 광대들의 춤사위를 담당했던 진옥섭 전통예술연출가에게 자문을 구해 소지섭의 부채춤 안무를 완성했다.
“피아졸라의 ‘망각’이라는 곡이 있어요. 신이 인간에게 망각을 선물했잖아요. 그 곡을 레퍼런스로 음악을 만들었죠.정조는 망각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그렇게라도 잊고 싶지 않았을까요?”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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