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 후 한국농구는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2013년 3월 4일이었다. 한 매체는 의정부지방검찰청이 프로농구 K감독이 브로커의 부탁으로 승부를 조작한 뒤 그 대가로 수고비를 받는 혐의를 포착,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K는 강동희 동부 전 감독이다.
농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에 앞서 축구, 배구, 야구에 승부조작 파동이 있었지만, 농구판 만큼은 깨끗하다고 믿었던 팬들의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 그것도 현직 사령탑이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소식에 팬들은 물론, 모든 농구인이 충격에 휩싸였다. 강 전 감독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시인했고 동부 사령탑에서 자진 사퇴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그 해 8월 8일 강 전 감독에게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농구인들은 무너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 모든 힘을 집중했다. KBL과 WKBL, 대한농구협회가 합동으로 승부조작을 막기 위한 자정노력에 힘썼다. 특히 KBL은 매년 관련 교육과 함께 승부조작 자진 신고시스템까지 만들었다.
강동희 전 감독 사건 이후 2년 6개월이 흘렀다. 농구판은 깨끗해졌을까. 아니다. 오점과 얼룩이 더욱 커졌다. 지난 여름 내내 전창진 전 감독 사태로 시끄러웠다. 경찰 조사가 지지부진하지만, 어쨌든 불미스러운 일로 전 전 감독은 KGC서 단 1경기도 지휘하지 못한 채 물러났다. 그리고 8일 경기지방경찰청이 전, 현직 프로농구 선수 12명의 승부조작, 불법 스포츠도박 가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 또 한번 농구계를 패닉에 빠뜨렸다. 사실 몇 개월 전부터 소문이 돌았던 내용. 예상보다 농구판의 부패는 심각했다.
▲정신 못 차린 농구인들
경찰로부터 12인 명단을 전달 받은 KBL은 8일 밤 현직 국가대표 김선형(SK), 전직 국가대표 오세근(KGC)을 비롯해 전성현(KGC), 안재욱 이동건(이상 동부), 김현민 김현수(이상 KT), 신정섭(모비스), 유병훈(LG), 장재석(오리온스), 함준후(전자랜드)의 불구속 입건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대학 혹은 프로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에 적게는 몇 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배팅했다.
2015-2016시즌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KBL로서도 혐의가 있는 이들을 경기에 내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법원의 최종 유, 무죄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출전 보류 조치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지난 시즌 삼성에서 은퇴한 박성훈의 경우 지난 2월 14일 전자랜드전서 에어볼을 던지는 수법으로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한 혐의를 포착했다. 여기에 명단이 발표되지 않은 3명의 군복무 선수 중 농구선수가 포함돼있다는 게 정설. 공소시효 만료로 죄값을 물을 수 없는 선수도 따로 1명이 있다. 이 정도면 프로농구를 넘어 역대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불법도박, 승부조작 스캔들이다.
결국 지난 2년간 농구계 자체적인 자정 노력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게 드러났다. 물론 일부는 강 전 감독 사건 전에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다. 하지만, 일부는 강 전 감독 사건 이후에도 버젓이,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도박을 했다. 근본적으로 농구인들 주변에 불법도박, 승부조작 마수를 뻗치는 브로커들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성인이라면 그리고 프로 선수라면 해도 될 일과 안 될 일은 당연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서 일부 선수와 구단은 배팅 금액이 적고, 몇 차례 재미로 했던 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가관이 따로 없다. 물론 대학 선수가 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한 스포츠토토에 참여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프로 선수들과 관계자는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도 할 수 없다.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은 대학, 프로를 떠나서 그 누가 저질러도 불법이다. 물론 불법도박의 경우 일부 선수는 운영자에게만 처벌하던 시절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법적인 일을 했는데 시기와 금액이 뭐가 중요한가. 아직도 농구인들이 정신을 못 차렸다는 증거다.
▲KBL은 아무런 책임 없는가
KBL은 강동희 전 감독 사건 이후 갖가지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전창진 전 감독 사건 이후에도 해결 방법을 내놓았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선수, 지도자 개개인이 도덕적인 양심을 되찾아야 한다. 수사기관도 아닌 KBL이 일일이 선수와 지도자, 프런트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선 KBL의 애로사항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KBL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이미 논란이 예고됐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은 불법도박에 가담한 시기가 서로 다르고, 액수도 다르다. 직접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도 있다. 때문에 KBL도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 그에 상응하는 차별성 있는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박 액수, 시기와 관계없이 일단 불법을 저지른 선수는 모두 영구제명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일리가 있다. 징계를 약하게 하면, 쉽게 말해서 코트에 돌아올 여지를 주면 경각심이 부족한 선수들의 경우 정신을 차린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법원에서 판결이 나더라도 KBL 자체징계를 놓고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KBL은 강 전 감독 사건 이후 불법도박, 승부조작에 대한 확실한 처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했다.
또 하나. 경찰 조사 발표에 따르면 김선형의 경우 유일하게 신인드래프트 오리엔테이션 때 중앙대 시절 불법 도박을 한 경험이 있다고 자수했다. 그러나 당시 KBL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죄를 알면서도 덮어준 것이다. 오히려 자진신고를 했다며 징계할 때 정상참작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소시효가 지난 선수에 대한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당연히 징계 여부도 결정하지 못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KBL은 아직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역대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의 최고, 최악의 사건이 소개된 기사 댓글에 '지금이 역대 최악의 순간'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맞다. 강동희 전 감독 사건 이후 그 어떤 농구인들도 반성하지 않았다. 정신 못 차린 한국농구는 지금이 최악의 순간이다.
[위에서부터 프로농구 경기장, 오세근, KBL 로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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