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계 배우가 된 '사도'의 유아인 (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유아인이 천상계로 입성했다.

'마리텔' 백종원이 천상계에 속했던 것처럼, 영화판에도 불문율의 천상계 배우들이 존재한다. 이번에 영화 '사도'에서 유아인과 부자 호흡을 맞춘 송강호 역시 대표적 천상계 배우. 유아인은 이런 송강호와 팽팽한 대립 속에서도 자신 만의 존재감을 각인, 더 나아가 자신의 연기를 본 관객들을 경악하게 만들며 배우로서 천상계에 발을 디뎠다.

'사도'(감독 이준익 제작 타이거픽쳐스 배급 쇼박스)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이야기다. 유아인이 사도 세자, 송강호가 영조 역을 맡았다.

"사도를 완전한 공감대 안에서 연기했어요. 어마어마한 연민으로 해석했고요. 물론 사극이 갖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완전히 시원하지는 않았지만요. 사도 세자를 연기하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사도'의 사도 세자는 유아인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인물이다. 역사 속 인물을 스크린으로 끌고 오며 이준익 감독은 유아인이라는 인물을 떠올렸다. 유아인은 "(유아인을 제외하고) 20대 배우 중 과연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는 이준익 감독의 믿음에 완벽히 부응했다.

"20대 배우가 정말 얄밉고 극악무도한 악의 축을 그리는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생겨나는 파장에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독이 든 성배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독이 되거나 아니면 그 이질감이 진폭을 크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 (최근 호평에는) 그런 부분이 작용한 것 같아요. 20대 배우라서 연기적 평가에 있어서 냉혹하고 손해 보는 기분이 있었는데 (웃음) 이번에는 장점이 된 것 같아요."

최근 '베테랑'에 이어 '사도'까지, 연기 극찬을 받고 있는 유아인은 그동안 배우로서 관객에게 믿음을 주는 작업을 해왔다. 20대 청춘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준 '완득이', 그리고 불안한 청춘의 아이콘 이미지가 잘 묻어난 '깡철이'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청춘을 이야기하지만 환상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모습들을 선보여 왔던 유아인은 그렇게 관객과 신뢰를 쌓아 갔다.

"'완득이'를 하고 나서 ''완득이'가 잠깐 내게 왔던 로또였구나'를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제 연기력이 성장하고 있겠지만, 그 말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이기도 해요. 그 사람의 기질과 잠재력, 컨디션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는 것이죠. 더 성장한 게 있다면 좀 더 뻔뻔하고, 절 활짝 열수 있고, 좀 더 객관화 됐다는 게 아닐까요. 어떤 면에서 보면 퇴보 같기도 해요. 제가 그 인물들로 살던 순간이 있거든요. 무엇을 더 좋은 연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최근 호평 받는 게) '베테랑'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과정이 있다 보니 좋아하고 믿음을 주지 않았나 생각돼요."

최근 사람들이 '너무 좋다'는 말만 해줘 오히려 생각이 많아진다는 유아인은 그럼에도 최근의 반응들 그리고 자신의 작품 복이 행운인 것 같다고 전했다.

"행운도 잘 만들어 가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열심히 했는데 왜 안 봐주세요', '서운해요'라는 말 보다는 '행운이에요'라는 말이 더 꺼내기 힘든 말인 것 같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서운해하며 살아가잖아요. '행운이 왔어'라고 말하는 순간은 잘 없는 것 같아요."

연신 "행운"이라 말했던 유아인은 사실 행운 보다는 차근차근 쌓아올린 자신의 노력으로 달콤한 열매를 손에 쥔 배우다. 남다른 안목과 뚝심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온 배우 유아인, 이제 천상계 배우 중 한 명이 된 그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배우 유아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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