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슈퍼히어로 무비는 서부극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는 대중문화에서 사이클은 유한시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젊은 감독들에 의해 슈퍼히어로 무비가 다른 장르의 영화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슈퍼히어로 무비가 쇠락하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대중이 블록버스터 히어로 무비를 계속 원하는 이상, 슈퍼맨부터 아이언맨까지 꾸준히 재생산 될 것이다. 그렇다면 스필버그의 진단처럼, 서부극은 쇠락한 장르인가.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1976년 돈 시겔 감독이 ‘최후의 총잡이’에서 존 웨인과 제임스 스튜어트의 황혼을 담아냄으로써 사망선고를 받은 것처럼 보였다. 1985년의 ‘실버라도’, 1988년의 ‘영건’이 개봉 했지만 이미 쓰러져 있는 장르를 일으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이름없는 사나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1992년작 ‘용서받지 못한 자’를 끝으로 서부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 했다.
그러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2012년 12월 25일(미국 개봉일) ‘장고:분노의 추적자’로 관 속에 들어갔던 서부극을 멋지게 부활시켰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세계 영화계는 눈을 비비며 서부극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개봉을 앞두거나 제작 중인 서부극만 10편이 넘는다.
먼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두 번째 서부극 ‘헤이트플 에이트’(Hateful Eight)가 올해 12월 25일 미국에서 70mm 버전으로 제한 개봉한 뒤 내년 1월 8일 디지털 버전으로 찾아온다.
‘헤이트풀 에이트’는 남북전쟁 직후의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역마차에 타게 된 연합군 장군과 병사, 현상금 사냥꾼, 카우보이, 죄수 등이 눈보라에 갇혀 은신처를 찾다가 서로 배신과 속임수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사뮤엘 잭슨, 커트 러셀, 월튼 고긴스, 제니퍼 제이슨 리, 팀 로스 등이 출연한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디판’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첫 영어영화로 서부극을 선택했다. 패트릭 드위트의 소설 ‘더 시스터스 브라더스(The Sisters Brothers)’를 각색하는 작품이다. 시스터스라는 성을 가진 악명 높은 형제가 ‘제독’의 의뢰를 받아 살인청부에 나서는 이야기를 쿨하게 그린 소설이다.
‘워리어’의 게빈 오코너 감독은 ‘제인 갓 어 건(Jane Got A Gun)의 메가폰을 잡았다. 나탈리 포트만,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한다. 갱단의 살해협박에 몰린 남편을 구하기 위해 옛 연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제인(나탈리 포트만)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기 미드 ‘24’의 존 카사르 감독은 키퍼 서덜랜드, 도날드 서덜랜드와 함께 ‘포세이큰(Forsaken)’을 찍는다.
이밖에 빈센트 도노프리오 감독의 ‘더 키드’(제임스 프랑코, 에단 호크), S. 크레이그 자흘러 감독의 ‘본 토마호크’(커트 러셀, 숀 영), 마틴 쿨호벤 감독의 ‘브림스톤’(로버트 패틴슨, 미아 바시코프스카), 로렌스 로엑 감독의 ‘디아블로’(스콧 이스트우드, 왈튼 고긴스), 안톤 후쿠아 감독의 ‘황야의 7인’(덴젤 워싱턴, 크리스 프랫, 이병헌) 등이 대기 중이다.
이에 앞서 10월 8일에는 세계적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슬로우 웨스트’가 국내 개봉한다. 19세기 서부 개척시대의 현상금 사냥꾼 ‘사일러스’와 16살 소년 ‘제이’가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서부 총잡이로 변신한 마이클 패스벤더가 출연한다.
토미 리 존스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더 홈즈맨’도 10월 8일 개봉한다. 거친 황무지에서 고통 받는 세 여자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두 남녀의 험난하고 위대한 여정을 그린 서부극이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서부극이 한때의 유행으로 부활한 것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서부극이 여전히 감독을 매혹시키는 장르라는 점이다.
[사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제공 = AFP/BB NEWS. ‘헤이트풀 에이트’ 스틸컷, ‘슬로우 웨스트’ ‘더 홈즈맨’포스터.]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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