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애런 헤인즈와 문태종의 시너지효과.
오리온의 개막 3연승을 이끈 실질적 요인이었다. 두 사람은 오리온스 빅 포워드 농구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현 시점에서 두 사람의 협력플레이 위력은 대단하다. KGC, 동부, SK 모두 알면서도 당했다. 아직 전력이 정비되지 않은 팀이 많은 상황에서 오리온의 위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농구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오리온의 헤인즈-문태종 시너지효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 부분은 올 시즌 오리온의 성적을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오리온은 지난 시즌에도 트로이 길렌워터와 빅 포워드들의 조화를 앞세워 개막 8연승을 내달렸다. 하지만, 2라운드를 시작으로 4라운드 중반까지 곤두박질쳤다. 시즌 막판 트레이드 직후 다시 살아났지만, 6강 플레이오프서 패퇴했다.
▲시너지효과의 실체
오리온은 190cm 이상 장신포워드가 즐비하다. 1번 포인트가드를 제외하고 2~5번 모두 190cm 이상 선수를 배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팀. 특히 2~3번 포지션에서 미스매치를 유발하며 손쉬운 1대1 공격을 펼칠 수 있다. 더구나 이들이 스피드와 외곽슛도 좋다. 얼리오펜스(속공과 세트오펜스의 중간 개념)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힘도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헤인즈와 문태종. 헤인즈는 오리온 특성에 딱 맞아떨어지는 해결사. SK 시절부터 속공과 얼리오펜스에 일가견이 있었다. 1대1 능력도 대단하다. 파워가 떨어지면서 데이비드 사이먼같은 골밑 장악력이 묵직한 빅맨에겐 골밑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활동반경이 폭넓다. 상대 센터를 외곽으로 끌고 나와 중거리슛으로 공략하거나, 상대가 스위치할 경우 그 사이 빈 공간으로 컷하거나 반대 사이드로 움직이는 선수들을 기가 막히게 잘 본다. 때문에 헤인즈에게 공이 들어가면 공격 흐름이 부드러워진다.
헤인즈가 공을 잡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선수가 문태종이다. 한국나이로 41세의 백전노장. 순간 스피드는 늦다. 하지만, 최소한의 에너지로 많은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이 있다. 게다가 슛 타이밍이 매우 빠르다. 타점도 높고 안정적이다. 문태종은 15일 SK전서 4쿼터에만 17점을 올렸다. 헤인즈가 SK 수비를 흔들어놓고 공간을 만들어낸 문태종에게 공을 연결하면, 문태종이 마무리하는 방식. 문태종은 "슛이 좋기 때문에 어느 선수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라고 했다.
끝이 아니다. 헤인즈와 문태종은 시야가 넓다. 허일영, 김동욱, 김도수 등 국내 장신 포워드들을 얼마든지 살려줄 수 있다. 한 마디로 볼 소유욕이 높지 않지만, 공을 잡으면 득점 생산성이 높다. 사실 오리온 장신포워드들도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부분에선 취약점이 있다. 이 부분을 헤인즈와 문태종이 절묘하게 커버해준다. 그리고 헤인즈의 경우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센스가 있다. SK전 제공권서 많이 밀렸지만, 헤인즈는 8리바운드로 제 몫을 했다. 문태종도 기본적인 골밑 수비력을 갖고 있다. 코트에서 체력을 조절하며 효율적인 활약을 한다. 결국 헤인즈와 문태종이 팀의 약점까지 어느 정도 커버해주는 것이다.
▲세부적 약점
그러나 추일승 감독은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아무래도 애런(헤인즈)에게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의 골밑 패스를 너무 쉽게 주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 날카로운 지적. 헤인즈는 동부전서 40점을 몰아쳤다. 다득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의 선수층이 풍부하지만, 지난 3연승 기간 사실상 헤인즈, 문태종, 허일영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강해지는 건 지양해야 한다. 상대에 맞춤형 수비를 개발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 물론 헤인즈는 수년간 KBL에서 뛰며 그 견제를 이겨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같은 결정적 경기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시즌 초반이라 괜찮지만, 시즌 중반 이후 체력적 부담이 생기면(4라운드부터 주당 3경기 환원) 헤인즈에게 공을 넣은 뒤 나머지 선수들이 외곽에서 서 있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헤인즈는 지난해 트로이 길렌워터처럼 기복이 있는 타입은 아니다. 어떤 상황서도 제 몫을 한다는 믿음은 있다. 그래도 추 감독은 해법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결국 장신 외곽슈터들과 또 다른 외국선수 조 잭슨의 활용도를 서서히 높여야 한다. 물론 실전서 그 완성도를 높이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3라운드까지 잭슨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면 무게감이 약간 떨어지는 국내 가드진의 아킬레스건이 부각될 수도 있다. 정재홍의 경우 프로아마최강전서 보여줬던 경쟁력을 계속 증명해야 한다.
또 하나는 높이 문제. 오리온은 장재석과 이승현의 이탈로 정통 빅맨이 김만종뿐이다. 그러나 김만종의 기량 발전 속도가 빠르지 않다. 현재 문태종이 골밑 수비를 돕고 있는데, 이 역할은 2라운드서 이승현이 돌아오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하지만, 이승현도 정통센터가 아니다. 헤인즈가 영리하게 플레이하지만, 오리온은 여전히 데이비드 사이먼, 리카르도 라틀리프, 로드 벤슨 등 골밑에서 묵직하게 포스트업을 하는 선수들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골밑 수비와 제공권 모두 그렇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외곽슛이 난조를 보일 경우 이런 부분에 대한 부작용이 극대화될 수 있다.
오리온의 올 시즌 전력이 리그 최상위권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추 감독이 언급한대로 약점들도 있다. 더구나 1라운드를 마치면 각 팀에 대표팀 멤버들이 복귀한다. 4라운드부터는 외국선수를 2명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그만큼 시즌을 치르면서 각 팀들의 전력이 급변할 수 있다. 오리온도 그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 강점을 유지하되, 약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추 감독의 고민은 이해가 된다.
[오리온스 선수들. 사진 = 고양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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