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야구는 결과론'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감독 고유권한인 투수교체는 특히 더 그렇다. 바뀐 투수가 잘 막으면 성공이고, 실점하면 실패다. 풀카운트 상황에서의 투수교체는 그야말로 도박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조범현 kt wiz 감독은 그렇게 했다. 결과는 완벽한 성공. '신의 한 수'였다.
21일 잠실 LG-kt전. kt가 2-1로 앞선 7회말 LG 공격. kt 선발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이 김재윤과 교체됐다. LG 선두타자 유강남이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김재윤은 장준원을 상대로 연달아 볼 3개를 던졌다. 3B 1S에서 장준원의 희생번트가 1루쪽 파울라인 바깥쪽으로 흘렀다. 3B 2S 풀카운트. 조 감독이 구심에게 공을 건네받고 마운드를 향했다. 교체 사인이었다. 우타자 장준원을 상대로 좌완투수 홍성용 투입.
풀카운트 상황에서 투수교체. 그야말로 승부수다. 1점 차 리드 상황에서 자칫 점수를 준다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LG도 대주자 강병의 카드를 꺼냈다. 병살을 막는 동시에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하겠다는 양상문 LG 감독의 계산.
하지만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홍성용의 6구째 한가운데 직구에 장준원이 헛스윙했다. 삼진 아웃. 포수 장성우의 2루 송구는 정확했다. 유격수 박기혁의 태그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단숨에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홍성용은 4구째 138km 직구로 박지규마저 헛스윙 삼진 처리. 리드를 지킨 kt는 4-1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조 감독도 7회말 투수교체 상황을 승부처로 꼽았다. 그는 경기 후 "홍성용이 견제가 좋아 1루 주자를 묶어 놓고 더블플레이까지 생각했다. 이 부분이 승부처였다"고 설명했다. 홍성용은 장준원에게 6구째를 던지기 전 두 차례 견제구를 던졌다. 견제 능력이 뛰어난 좌완투수가 마운드에 있으면 1루 주자는 도루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 조 감독은 이를 제대로 간파했다.
강병의는 발이 빠르다. 하지만 2011년 입단 후 올해 2경기에 나선 게 전부다. 1군 경험이 거의 없다. 홍성용의 빠른 견제에 위축돼 리드폭이 크게 줄었다. 홍성용이 무릎을 들었다 내리는 상황에서 뛰었다. 타이밍이 늦었다. 결국 2루에서 태그아웃당했다. 포수 장성우의 손에서 공이 떠났을 때 강병의는 2루에 절반쯤 갔다. 타이밍 자체가 아웃이었다. 홍성용의 빠른 견제 동작에 위축된 게 눈에 보였다. 결과적으로 kt는 분위기가 살아났다. 반면 LG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셈.
김재윤과 홍성용의 퀵모션 차이도 크지 않았다. 김재윤은 유강남을 1루에 둔 상황에서 퀵모션이 1.25초~1.32초였다. 홍성용은 유강남보다 발이 빠른 강병의를 1루에 둔 상황에서 장준원에게 던진 6구째 퀵모션이 1.28초였다.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견제 동작이 빠르고 1루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좌완 홍성용이 더 효과적이었다. 만약 홍성용이 점수를 줬다면 어땠을까. 최고 구속 151km를 찍은 김재윤을 교체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조 감독의 의도대로 풀렸다. 이전 7경기에서 7이닝 동안 삼진 13개(1볼넷)를 솎아낸 김재윤을 교체하긴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홍성용도 9월 9경기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16으로 페이스가 좋았다. 게다가 견제 능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었다. LG의 작전을 간파한 투수교체는 대성공이었다. 주자를 효과적으로 묶은 홍성용과 조 감독의 합작품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kt의 창단 첫해 50승, 조 감독의 '신의 한 수'가 곁들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t 조범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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