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앤드류 브라운은 SK에 앞서 다른 한국과 일본 구단들이 군침을 흘렸던 선수다. 때문에 SK가 브라운과 80만 달러(약 9억 5500만원)에 계약했을 때는 '싸게 잡았다'는 말이 들려 왔을 정도였다.
브라운은 개막 2번째 경기부터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시즌 내내 브라운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큰 장점은 언제나 그랬듯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를 소화한다는 점이었다.
무미건조했던 브라운이 바뀌었다. 9월 들어 SK다운 모습을 찾은 데에는 브라운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하나] 득점권 타율 .206에서 .462로 수직상승
올시즌 브라운과 관련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득점권 타율'이다. 세이버매트릭스에서 '득점권 타율'과 관련된 클러치 능력은 허상이라고 본다. 결국 평균에 수렴해 간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항상, 꾸준히' 타율보다 득점권 타율이 높은 선수는 많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브라운의 득점권 타율 변화는 너무나 극적이다. 8월까지 브라운의 득점권 타율은 .206에 불과했다. 8월 마지막날 시즌 타율 .259과 비교해 .053나 낮았다. 규정타석을 기록한 선수 중 득점권 타율이 최하위권이었다.
9월 들어 '확' 달라졌다. 9월 한 달간 타율은 .271로 시즌 타율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득점권 타율은 극과 극이 됐다. 13타수 6안타, 타율 .462를 기록 중이다. 6안타 중 홈런 1개, 2루타 2개 등 장타가 3개나 된다. 덕분에 득점권 17타석(볼넷 3개, 희생 플라이 1개)에서 12타점을 쓸어 담았다.
이를 단순히 운이 따랐다고 설명하기도 어렵다. 득점권에서 때린 안타들 모두 빗맞은 것이 아닌 자신있게 돌린 스윙에서 나온 정타였다.
이에 대해 김용희 감독은 "폼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서 "멘탈적인 부분도 있고 정의윤으로 인한 반사 이익도 있는 것 같다"고 브라운의 '확 달라진' 득점권 타율 요인을 분석했다.
중심타자가 찬스에서 적시타를 때려주다보니 SK도 한결 쉽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사실 둘] 접전에서 강하다
팀이 동점에서 때리는 안타와 크게 이기고 있거나 지고 있을 때 나오는 안타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동점 상황 1사 1루에서 주자를 3루까지 보내는 안타 한 개가 큰 점수차 때 홈런보다 값지다.
9월 브라운은 이 부분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브라운은 9월 77타석 중 1점차 이내 상황에서 26타석 들어섰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23타수 9안타로 타율 .391다. 9안타 중 홈런 2개, 2루타가 2개다. 절반 가까이 장타. 9월 홈런 3개 중 2개가 접전에서 터졌다. 여기에 볼넷 3개도 얻어내 출루율은 .461에 이른다.
앞서 살펴본 득점권 타율에 접전 때 강한 모습까지. 겉으로 드러난 9월 성적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속을 살펴보면 '순도 100%'다.
[사실 셋] 3루수에 1루수, 외야수까지 무난히 소화
브라운은 메이저리그 시절 선발 수비로 나선 67경기 모두 외야수로 등장했다. 우익수로 43경기, 좌익수로 24경기 나섰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프로 데뷔 초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야가 그의 포지션이었다.
SK에서도 초반에는 다르지 않았지만 팀 상황이 바뀌며 브라운은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있다. 1루수를 넘어 이제는 '혹시나' 했던 3루수 자리까지 차지했다.
9월 선발 출장 포지션을 보면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지명타자로는 단 1경기 나선 반면 선발 우익수로 9경기에, 선발 1루수로 6경기, 선발 3루수로 4경기 출장했다. 최정이 전열에서 이탈한 뒤 선발 3루수로 등장하는 일이 늘어났다.
경기 중 3루수에서 1루수로, 우익수에서 3루수로 이동하기도 하는 등 현재 브라운은 SK 최고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이 역시 브라운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익수 브라운'의 경우 다소 불안한 것이 사실이지만 1루수와 3루수로는 기대 이상 모습이다. 특히 우려를 자아냈던 3루수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벤치의 경기 운용 폭도 넓어졌다. 공격력에 중점을 둬야 할 경기, 수비에 중점을 둬야 할 경기, 상대 선발이 우완인지 좌완인지에 따라 브라운의 수비 포지션을 다르게 해서 라인업을 짤 수 있다. 김용희 감독은 "브라운이 3루수로 들어가면 (공격력 좋은) 타자들을 더 쓸 수 있다"고 말하며 경기 컨셉에 따라 브라운을 배치한다고 전했다.
수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기대에 못 미쳤던 공격까지. 9월 브라운은 '복덩이'란 말이 전혀 지나치지 않다.
[SK 앤드류 브라운.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