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이제는 '우규민은 선발투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네요"
3년 연속 10승을 거둔 LG '토종 에이스' 우규민(30)의 소감이었다. 우규민은 지난 28일 잠실 KIA전에서 7이닝 동안 실점 없이 호투하며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2013년 10승, 2014년 11승에 이어 올해도 10승을 채웠다.
지난 2013년 선발투수로 본격 전환하고 스스로 정한 목표가 바로 3년 연속 10승이었다. "'우규민은 선발투수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3년 연속 10승은 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 선발로 전환하고 나서 그렇게 목표를 정했다"는 게 우규민의 말이다.
▲ 불가능해 보였던 그의 목표들
사실 올해는 두 자릿수 승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팀 성적이 9위로 처진데다 우규민 역시 고관절 수술 후 재활을 거쳐 5월에야 복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늦게 합류해서 두 자릿수 승리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하다 보니 승리가 따라 왔다"는 우규민은 간혹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를 챙기지 못하더라도 동료들을 탓하는 것이 먼저가 아님을 말했다.
"매 경기 6이닝 이상 던지며 퀄리티스타트(QS)를 하자는 마음이다. 나부터 잘 던지면 야수들도 '우규민이 나오면 안정감이 있다'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런 인식을 심으려고 노력했다. 승리가 날아갈 때도 있지만 실점을 많이 하고 승리한 적도 있다"
우규민이 달성할 목표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한 시즌 동안 볼넷 20개 미만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144⅔이닝을 던져 규정이닝을 채운 우규민은 볼넷을 17개만 내주는 기적 같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0승을 거둔 경기에서 볼넷 1개도 내주지 않은 그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반색하면서 "피안타율이 높아도 볼넷을 내주지 않으면 평균자책점이 좋게 나올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피안타율은 .285로 높은 편이나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20으로 리그 전체 4위이자 토종 투수 가운데 으뜸이다. 평균자책점 역시 3.55로 5위에 올라 있다.
부상을 겪으면서 정상적인 출발이 어려웠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듯 하다. 우규민은 "팔 상태가 작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고관절 수술을 받아 상체 위주 운동을 했는데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 커지는 영파워, 책임감을 느끼다
우규민이 10승을 거둔 날, LG는 4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29일 SK의 승리로 LG의 포스트시즌 진출 트래직 넘버가 사라져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좌절되고 말았다.
어느덧 팀의 중고참이 된 우규민은 "뒤늦은 4연승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이제는 자신의 위치에 맞게 편하게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내년이 기대된다"라고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바라봤다.
이어 그는 "요즘 나와 함께 그라운드로 나가는 야수들이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 책임감도 갖게 되고 어린 선수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행동 하나 하나 조심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내가 던질 때 (양)석환이가 결승타를 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더라. 본인도 이 이야기를 꼭 해달라고 했다"고 웃음을 지은 우규민은 "(유)강남이와 (서)상우도 잘 해주고 있고 (안)익훈이와 (박)지규는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점점 올라가고 있음을 말했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은 좌절됐지만 내년 시즌을 기대케하는 요소는 분명히 있다. 우규민을 비롯한 선발투수진의 꾸준한 투구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해진다면 2016년 LG는 분명 기대할 수 있는 팀이다.
[우규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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