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수원 안경남 기자] 최초의 ‘깃발더비’에 승자는 없었다. 하지만 K리그의 새 흥행 역사를 쓴 두 구단주의 기분좋은 전쟁을 끝나지 않았다.
수원과 성남은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라운드에서 1-1로 비겼다. 성남이 후반 15분 티아고의 선제골로 앞서자 후반 20분 수원이 김병오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깃발 전쟁이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SNS 설전으로 시작된 양 구단의 깃발더비는 축구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재명 시장이 먼저 ‘축구 팬들이 수원FC와 성남전 내기로 이긴 지역의 시청 깃발을 진 시청에 걸기로 요구하는데 어떨까요?’라고 내기를 제안하자 염태영 시장이 ‘축구 팬이 원하고 즐거워한다면 좋다’고 화답하면서 깃발더비가 성사됐다.
팬들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스페인의 최강 라이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인 ‘엘클라시코’를 인용해 ‘깃발라시코’라고 부르기도 했다. 관심은 증폭됐고 시선은 수원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흥행은 초대박이었다. 1만2825명의 만원 관중이 운집했다. 수원종합운동장 역대 최다관중 기록이다. 지난 시즌 홈 관중 평균 1200명에 그쳤던 수원이다. 그러나 클래식 승격 후 가진 첫 경기에서 10배가 넘는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깃발더비를 촉발한 두 구단주는 경기 후 승패에 상관없이 K리그에 새로운 스토리를 만든 것에 흡족한 표정이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은 수원이 성장하고 뿌리내리길 바란다. 사실 지더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패하면 이변이겠지만 K리그 전체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했다. 티켓이 매진됐다니까 기쁘다. 시민구단이 한국 축구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시종일관 명승부였다. 시민구단이지만 투자와 경기력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시와 축구단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모델이 됐으면 한다. 나아가 K리그 전체에 자극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물론 타고난 승부욕 또한 감추진 못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깃발전쟁은 두 번째 승부에서 결판을 짓겠다. 다음은 시장실을 점령할까하는 생각도 한다”며 웃었다. 이에 염태영 시장은 “경기에 패한 쪽이 상대팀 유니폼을 입고 시장 업무를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며 벌칙의 강도를 높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깃발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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