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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32%(크로아티아)대 68%(스페인)이었다. 하지만 점유율(possession)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크로아티아는 마치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우승한 레스터시티 같았다. 점유율을 포기하고 카운터어택으로 대어를 낚았다.
사실 전반 7분 알바로 모라타의 첫 골이 터질 때만 해도 크로아티아가 이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루카 모드리치의 공백은 커 보였고 갑자기 바뀐 포백(back four:4인수비)도 스페인의 창의적인 패스에 휘청거렸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했다. 다행히 이날은 홍염도 없었다. 그리고 조용히 동점을 만든 크로아티아는 경기 막판 치명적인 한 방을 날렸다.
#선발 명단
안테 카치치 감독은 지난 체코전과 비교해 5명을 바꿨다. 모드리치가 부상으로 제외됐고 마리오 만주키치는 벤치로 내려갔다. 대신 니콜라 칼리니치, 마르코 피아차, 마르코 로크, 틴 예드바이, 시메 브르살리코가 선발로 출전했다. 1.5군이란 시선도 있지만 그 안에는 카치치 감독의 전술적인 혜안이 있었다. 만주키치(제공권)에서 칼리니치(스피드)로 바뀐 전방은 카운터어택에 효과적이었고, 모드리치(플레이메이커) 공백을 메운 로크(홀딩미드필더)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반면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체력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3경기 연속 똑같은 베스트11을 가동했다. 확실한 조 1위 확보를 위한 선택이었다. 2위가 되면 이탈리아와 만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붙게 됐다.
#점유율
레스터시티는 점유율 없이도 유럽 빅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그들은 상대에게 공을 주고 그들의 실수를 노렸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공을 오래 소유할수록 실수할 확률도 높다. 상대 실수를 유발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을 상대로 카치치 감독도 같은 접근법을 시도했다. 모드리치가 없는 상황에서 스페인과 점유율 싸움을 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크로아티아는 이날 214개의 패스를 성공했다. 스페인(619)의 1/3 수준이다. 게다가 패스의 80% 이상이 크로아티아 수비지역에서 이뤄졌다. 지공상태에서 정상적인 빌드업으로 전진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이반 라키티치다. 바르셀로나의 일원인 그는 90분을 뛰면서 단 3개의 패스를 성공했다. 공을 받은 것도 6번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는 13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유효슈팅은 4개였고 그 중 2개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스페인(15개)보다 2개 적었고 유효슈팅(3개)은 오히려 1개가 더 많았다. 점유율은, 그리고 패스는 크로아티아가 승리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카운터어택
이번 대회에서 역습에 가장 능했던 팀은 벨기에였다. 아일랜드전에서 2골이 케빈 데 브루잉과 에당 아자르의 카운터어택에 의한 로멜루 루카쿠의 마무리였다. 이제는 크로아티아를 추가해야 될 것 같다. 후반 42분 기록한 극적인 역전골은 카운터어택의 정석과도 같았다. 다리오 스르나가 몸을 날려 스페인을 슈팅을 막아낸 뒤 마르코 피아차가 하프라인 근처에 있는 칼리니치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그 순간 좌측에 있던 이반 페리시치가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칼리니치의 패스를 받은 페리시치는 피케를 앞에 두고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공은 다비드 데 헤아의 발과 골대 사이로 들어갔다.
#이반 페리시치&마르코 피아차
크로아티아 역습이 위력적이었던 이유는 측면에 빠르고 기술 좋은 윙어가 포진했기 때문이다. 페리시치와 피아차는 테이크 온스(Take-ons: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제치는 플레이)에서 탁월한 능력을 자랑했다. 페리시치는 6번 중 4번 성공했고, 피아차는 무려 8번 중 7번을 승리했다. 그로인해 스페인의 풀백 후안프란과 호르디 알바는 경기 내내 고전했다. 특히 터키전에서 수 차례 폭발적인 오버래핑을 보여줬던 알바는 단 한 번의 크로스도 기록하지 못했다. 알바가 고립되자 놀리토의 중앙 침투도 위력이 떨어졌다.
#밀란 바델리
이탈리아 피오렌티나에서 뛰고 있는 바델리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날 경기의 숨은 영웅이었다. 4-4-2 포메이션에서 로크와 함께 홀딩 미드필더를 맡은 바델리는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를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비록 모라타의 선제골 장면에선 돌아가는 파브레가스를 놓쳤지만 이후에는 거의 실수를 하지 않았다.
기록이 말해준다. 바델리는 12번이나 상대 공을 탈취했다. 두 번째로 많은 부스케츠보다 5번이나 더 많은 숫자다. 태클도 4차례 성공했고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슈팅을 몸으로 막아낸 것도 3번이나 된다. 이 정도면 크로아티아의 은골로 캉테다.
#다리오 스르나
‘백전노장’ 다리오 스르나는 스페인전 승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후반 25분 페널티킥 위기에서 벤치에 있던 모드리치의 조언을 골키퍼 다니엘 수바시치에 귓속말로 전달했다. 그리고 수바시치는 라모스의 슈팅을 막아냈다. 경기 후 수바시치는 “스르나가 기다렸다가 오른쪽으로 뛰라고 했다”며 라모스의 레알 마드리드 동료 모드리치의 조언이 선방을 이끌었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다. 34살의 스르나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7번의 태클을 시도해 6번을 성공했다. (페리시치의 역전골의 시작도 스페인의 슈팅을 막아낸 스르나에서 태클이었다) 또 4번의 크로스 중 2개가 유효슈팅으로 연결됐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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