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브라질리아 안경남 기자] 성과를 얻었지만 내용은 좋지 못했다.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얘기다. 8강에 갔으면 그만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된 것은 짚고 넘어가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신태용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던 찰나의 변칙 스리백(back thee:3인 수비)에 대한 것이다.
축구 역사에서 스리백은 투톱을 상대로 가장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는 전술이다. 최전방에 두 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던 시기에 스리백이 유행한 건 우연이 아니다. 축구는 일종의 숫자 싸움이다. 정해진 공간에서 11명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곤 한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다만, 축구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스리백이 투톱에게 효과적인 이유는 2명의 포워드를 상대로 3명의 센터백을 세울 경우 1명의 ‘잉여 선수’가 커버 플레이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2vs2 대결에서 뚫리면 곧바로 실점할 확률이 높다. 반면 3vs2는 항상 수적 우위를 가져간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리오넬 메시는 혼자서 3명도 상대한다. 다만 좀 더 적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멕시코전에서 상황에 따라 센터백 장현수와 정승현 사이로 내려온 박용우의 플레이는 상대 투톱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수비를 보호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혹자는 박용우의 잦은 실수를 지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TV 중계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열심히 커버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문제는 ‘감독’이 의도한 것보다 ‘선수’ 스스로의 판단이 컸다는 점이다. 신태용 감독은 부임 후 제법 자주 깜짝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올 초 열린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4강에서도 카타르를 상대로 3-4-3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정상적인 경기를 원했다. 그런데 멕시코가 강하게 나오자 선수들 스스로 뒤로 물러났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앞으로 강하게 나가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스스로 물러서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더 올라가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정상적인 경기를 했지만 선수들이 내려섰던 부분은 내가 원하던 플레이가 아니다. 스리백은 주 포지션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전이 늪에 빠진 건 그래서인지 모른다. 입으로는 이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비기기만 해도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깔린다. 신태용 감독은 “이런 경기가 가장 어렵다. 주문을 하지만 선수들이 따로 움직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우가 자주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면서 한국은 볼 소유권을 잃었다. 자연스럽게 멕시코의 공격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신태용은 후반에 이찬동을 투입한 뒤 박용우를 전반보다 전진시켰다. 박용우와 달리 이찬동은 뒤로 물러서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리고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고 생각하는 신태용은 석현준까지 내보내며 승부수를 던졌고, 마침내 권창훈의 결승골이 터졌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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