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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김수현 작가의 마법이 이번엔 제대로 통하지 못했다.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는 21일 방송된 5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됐다.
'그래, 그런거야'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품은 정통 가족드라마로 3대에 걸친 대가족 속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화해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과 의미를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렸다.
지난해 SBS는 주말드라마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주말 오후 8시 45분 시간대 드라마를 전격 폐지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그 자리에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SBS는 편성에 또 다시 칼을 댔다. 주말 오후 8시 45분 시간대에 다시 드라마를 편성하기로 했다. 그 시작이 될 구원투수는 믿고 보는 김수현작가였다.
김수현작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작가. 과거 SBS와 '인생은 아름다워', '천일의 약속', '세번 결혼하는 여자' 등으로 호흡을 맞추며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바 있다. 김수현작가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당연했다.
김수현작가의 작품 스타일은 분명 호불호가 갈리지만 주말 시간대에 가족드라마를 그리는 만큼 고정 시청자는 늘 따랐다. 김수현작가가 가족 구성원을 통해 그리는 사회적 메시지가 분명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래, 그런거야' 역시 3대에 걸친 대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그런 부분이 기대됐다.
그러나 김수현작가의 마법도 SBS 주말드라마를 살리지는 못했다. MBC 주말드라마가 이미 그 시간대를 꽉 잡고 있는 것은 물론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드라마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와 '그래, 그런거야'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작가이지만 현 시대와 다소 동떨어진 모습의 가족들을 그리는 것도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핵가족화 된 사회에서 김작가 작품 속 대가족들이 이해될리 없었다. 물론 김작가는 그런 사회이기 때문에 더 대가족을 그리려 했다.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미 시대는 너무도 많이 변했고, 내가 겪어보지 못하고 가져보지 못한 것들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3대가 모여사는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이 대부분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이었고, 잔잔한 일상을 그리는 전개는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패인이 됐다. 각 인물들 역시 상황을 이해시키지 못했고, 그들의 행보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도 못했다. 극이 진행될 수록 각 캐릭터들이 중구난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부장적인 인물 설정 역시 빈축을 샀다.
물론 김수현작가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이번 '그래, 그런거야'는 이전 작품처럼 다양한 시청자들을 아우르기엔 다소 부족했다. 등장 인물은 많은데 이야기 전개는 지루했다. 김수현작가의 마법이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한편 '그래, 그런거야' 후속으로는 '우리 갑순이'가 방송된다. 5포, 7포 시대에 꼭 한번 다뤄야 할 소재인 혼인, 동거, 사실혼, 이혼, 재혼 등 혼재해있는 다양한 형태의 결혼 양식과 그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는 내용을 그리는 작품. 오는 27일 오후 8시 45분 첫방송된다.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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