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불펜이 마침표를 찍는다.
두산 선발진은 두 가지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 한 시즌 선발 최다승과 한 시즌 선발 4인방 15승이다. 3일 현재 더스틴 니퍼트(18승),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 장원준(이상 14승), 허준혁(4승), 안규영, 고원준(이상 1승)이 66승을 합작했다.
역대 한 시즌 선발 최다승은 2000년 현대의 74승이다. 두산은 잔여 23경기 중 아홉 차례의 선발승만 보태면 선발 75승을 돌파한다. 두산의 승률이 0.650이라는 점, 이제까지 따낸 78승 중 84.6%인 66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한 점을 감안하면 2000년 현대의 선발 74승은 올 시즌 두산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 아무도 해내지 못한 선발 4인방 15승은 더 빨리 달성할 수도 있다. 이미 니퍼트가 15승을 돌파한 상황서 보우덴, 유희관, 장원준이 각각 1승씩만 보태면 된다. 잔여경기를 감안할 때 갑작스러운 부상만 없다면 4~5차례 선발 기회를 잡는다. 그 중 1경기만 이기면 된다. 혹시 갑작스러운 난조에 빠진다고 해도 우승만 확정한다면 김태형 감독의 배려로 추가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선발승은 선발투수의 경쟁력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1차적으로는 선발투수가 잘 던져야 한다. 그러나 타력과 수비력, 불펜투수들의 활약도 곁들여져야 한다. 두산은 타력과 수비력은 걱정할 게 없다. 타선은 두 말할 것도 없는 리그 최강이다. 1~9번 타자 모두 한 방 능력을 갖췄다. 찬스를 만들어가는 창의성과 결정하는 응집력 역시 빼어나다. 탄탄한 센터라인이 중심을 잡는 수비 역시 안정적이다. 이런 부분들은 두산이 21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앞둔 결정적 원동력이다.
그러나 불펜이 다른 파트에 비해 안정감과 무게감이 약간 떨어진다. 메인 셋업맨 정재훈이 8월 초 사실상 시즌 아웃되면서 체감상 더욱 그렇다. 물론 정재훈이 빠진 뒤 5년만에 돌아온 김성배와 윤명준이 맹활약했다. 김성배는 몸쪽 투심을 장착하면서 롯데 마무리 시절 위력을 찾았다. 5일 롯데전부터 30일 한화전까지 9경기 연속 무실점했다. 윤명준은 작년 마무리로 실패한 뒤 심리적 부담을 털어냈다. 14일 넥센전부터 30일 한화전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
2일 잠실 kt전서 김성배와 윤명준이 나란히 무너졌다. 선발 보우덴이 7이닝 1실점 역투하며 15승 요건을 갖췄으나 윤명준과 김성배의 난조 속에 선발승을 날렸다. 야구에서 종종 나올 수 있는 일이다. 김성배와 윤명준이 매 경기 잘 던질 수는 없다. 그래도 두산은 저력을 발휘, 9회말 재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날 보우덴이 선발승을 날렸다고 해서 두산의 선발 최다승, 4인방 15승 도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
그래도 두산으로선 불펜이 지속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B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후반기부터 몇몇 불펜 투수들을 필승계투조가 나올 수 없을 때 집중적으로 기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일 구원승을 따낸 사이드암 고봉재다. 고봉재에 앞서 1이닝 무실점한 좌완 이현호, 어깨 통증에서 벗어난 우완 파이어볼러 김강률, 좌완 스윙맨 진야곱 등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 3일에는 우완 홍상삼도 경찰청에서 제대한다. 이들 중 최소 한 명 정도가 두각을 드러내면 김성배와 윤명준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불펜투수들이 여유 있게 등판하면 체력 문제서 자유로워진다. 선발승을 날릴 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억제할 수 있다. 꼭 선발승 기록을 떠나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두산의 선발 최다승과 4인방 15승은 시간문제다. 기왕이면 불펜이 좀 더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는 게 좋다.
[니퍼트와 보우덴(위), 유희관과 장원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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