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첫 승을 거두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려 더욱 감격스럽다.”
올해로 만 30살이 된 kt 위즈 우완투수 배우열이 4일 수원 LG전에서 구원승으로 감격의 데뷔 첫 승을 장식한 뒤 한 말이다. 배우열은 이날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의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2009년 프로 데뷔 후 무려 7년 만에 거둔 첫 승리였다.
야탑고-경희대 출신의 배우열은 지난 2009년 LG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단했다.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2009~2010년 두 시즌 동안 8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후 상무에 입단해 체격과 구속을 키웠지만 2012년 전역 후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1군 무대는 점차 멀어졌고 2014년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시련을 겪은 배우열을 다시 받아준 곳은 신생팀 kt. 신곡초-수원북중을 나온 배우열은 고향 연고지 팀에서 새 출발을 다짐했다. 지난 시즌 12경기에 나서며 1군에 서서히 적응했고, kt 조범현 감독의 신뢰 아래 올해는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시범경기 5경기 평균자책점 1.50의 성적으로 개막 엔트리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출발도 좋았다. 4월 5일 삼성전(2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4월 4경기서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하지만 또 다시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4월 13일 넥센전에서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던 도중 오른쪽 장딴지 근육이 파열된 것. 배우열은 이날 통증을 참고 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데뷔 첫 세이브에 성공했다.
배우열은 또 다시 재활에 돌입했다. 데뷔 7년 만에 얻은 기회를 이대로 무산시킬 순 없었다. 결국 3개월여의 재활 끝에 7월 20일 1군으로 돌아왔고, 7월 21일부터 kt 불펜의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7월에는 8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0.84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배우열의 첫 승 기회는 이미 한 번 찾아왔었다. 배우열은 지난 7월 29일 수원 롯데전서 6회초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2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첫 승 요건을 갖췄었다. 그러나 김재윤이 9회초 10-8에서 3점을 헌납하며 승리가 날아갔다. 당시 그는 “첫 승은 놓쳤지만 매 경기 충실히 준비한다면 또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라고 나중을 기약했다.
그리고 배우열에게 그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배우열은 4일 수원에서 열린 LG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서 2-2로 맞선 8회초 1사 후 근육통을 호소한 엄상백을 대신해 등판했다. 오지환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패전의 위기에 몰렸지만 9회초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9회말 박경수의 극적인 끝내기 투런포로 첫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배우열은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지난 롯데전에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놓쳐 아쉬웠다. 얼떨떨하지만 데뷔 첫 승을 거둬 정말 감격스럽다. 정말 기쁘지만 가족과 팬들 앞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첫 승을 거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승리를 도와준 (박)경수형에게 너무 고맙다. 첫 승을 거두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려 더욱 감격스럽다. 시작하는 선수라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게 웃었다. 오랜 무명시절과 수많은 좌절을 거쳐 ‘서른 즈음에’ 첫 승리에 성공한 배우열. 그의 야구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배우열. 사진 = 마이데일리 DB, kt 위즈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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