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윤욱재 기자] 스스로 한 말이었지만 그 말을 뒤집는데 걸린 시간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난달 28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우완투수 장민재의 보직을 선발투수로 못 박았다. 당시 김 감독은 장민재에 대해 "이제 불펜에서 대기시키진 않을 생각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후 장민재는 2일 대전 LG전에서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3⅔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4회도 버티지 못한 것이다. 투구수는 75개였다.
그런데 이날 김 감독의 승장 코멘트가 예사롭지 않았다. "오늘(2일) 지면 LG와의 승차가 벌어져 도박 같은 승부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화는 외국인투수 파비오 카스티요를 구원투수로 투입할 정도로 절박한 경기를 했고 11-6으로 역전승을 했다.
'도박'이란 단어는 4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도 한 차례 더 언급됐다. SK 시절 19연승 이야기까지 나왔다. '도박'이란 말이 나올수록 '이제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앞으로 선발투수로만 나올 것이라던 장민재는 결국 6일 마산 NC전에서 구원투수로 나왔다. 구원투수로 깜짝 투입되고 사흘 휴식 후 선발투수로 나온 파비오 카스티요가 5이닝 동안 125구를 던지며 8피안타 5실점으로 물러나자 6회말 장민재가 등판했다.
장민재 역시 사흘 휴식 후 등판이었다. 75구를 던지고 사흘 밖에 쉬지 못한 결과는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강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민재는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볼넷을 내줬고 김성욱에게는 초구 좌전 안타를 맞았다. 한화, 아니 김 감독의 선택은 결국 박정진으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박정진은 만루 위기에서 에릭 테임즈를 2루수 병살타로 잡았으나 3루주자 이종욱의 득점은 막을 수 없었다. 5-6으로 리드를 내주는 점수였다. 한화는 9회초 신성현의 동점포로 기사회생하는 듯 했지만 9회말 정우람이 NC 타선을 막지 못하고 6-7로 끝내기 패했다.
과연 김 감독은 자신이 한 말을 뒤집으면서까지 장민재를 다시 구원 투입한 이유를 뭐라고 설명할까. 김 감독이 만일 7일 마산 NC전에 앞서 취재진과 사전 인터뷰를 한다면 "우리는 하루하루가 전쟁", "투수가 없다" 등의 대답을 예상해본다.
[김성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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