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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밀정’을 본 관객들은 송강호를 보러 갔다 엄태구를 발견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강렬하고 압도적이다. 송강호와 팽팽히 맞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송강호의 평가대로 ‘광기의 에너지’를 뿜어냈다.
“모두 송강호 선배님 덕분이죠. 새카만 후배를 믿어주고 존중해 주셨어요. 그 덕에 겨우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작품. 엄태구는 조선인 일본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아 이정출 역의 송강호가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펼쳤다.
‘밀정’의 시나리오는 젊은 배우들을 설레게 했다. 모두 하시모토에 눈독을 들였다. 엄태구는 욕심을 버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수많은 오디션 낙방을 통해 체득했다. 다른 캐릭터를 연습하고 오디션을 봤다. 김지운 감독은 “내면에 엄청난 광기와 불덩이가 있다”며 엄태구를 선택했다.
“제가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촬영장 구석에서 손으로 몸을 치면서 혼자만의 ‘의식’을 치르거든요. 감독님이 그 모습을 보신거예요. 어떻게하면 하시모토로 살수 있을까 고민하며 발버둥치는 거였죠. 그래도 막상 카메라 앞에선 소용이 없더라고요(웃음). 감독님의 디렉션이 정말 좋았어요. 기차 시퀀스에서도 감독님이 포인트와 타이밍을 정확히 알려주셨거든요. 감독님이 목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주셨어요.”
일본어가 급선무였다. 한달 밖에 시간이 없었다. 일본어를 완벽하게 발음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었다. 죽도록 연습했다. 비록 편집이 됐지만, 극중에서 검도를 했다. 검도 연습 외의 시간은 무조건 일본어 대사를 외웠다.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중얼중얼하는 평소의 모습을 반영했다.
그는 기술시사, 언론시사, VIP시사까지 모두 3번 관람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볼 때 느꼈던 감흥을 떠올렸다.
“‘악마를 보았다’에 단역으로 출연했거든요. 당시 김지운 감독님이 ‘태구야’라고 불러주셨을 때, 감동을 받았죠. ‘밀정’에선 제 이름을 매일 들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밀정’ 출연이 배우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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