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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머리는 이제 다시 열심히 기를 생각이에요. 25년 간 긴 머리로 살았기 때문에 지금도 거울을 보면 송지원으로 보이지, 제 예전 모습이 떠오르진 않거든요. 물론 촬영하는 동안에는 다른 모습 덕분에 송지원에 조금 더 몰입 할 수 있었어요."
긴 생머리를 단발로 싹둑 잘랐다. 여자가 머리를 잘랐다는 것만으로도 심상치 않은 일인데, 25년간 기른 머리를 잘랐다고 하니 그 마음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 김상호)에서 배우 박은빈은 거침없는 입담의 소유자인 송지원을 연기했다. 야한 이야기를 제 것처럼 즐기지만, 현실은 모태솔로인 인물. 사실 '야한 이야기', '모태솔로', '거침없는 입담' 등의 표현 중 그 어느 하나도 박은빈의 기존 이미지와 어울리는 단어는 없다. 그래서 박은빈의 송지원은 신선했다.
"작품을 보고 주변에서는 '유은재(박혜수) 캐릭터가 딱 너다'란 말을 많이 해줬어요. 저도 그간 보여 온 모습은 유은재에 가까웠던 것 같고요. 그래서 감독님이 제게 송지원을 제의할 때 의외였어요. 그리고 나중에 감독님에게 이유를 물었죠. 첫 만남 당시에 감독님이 '술은 마실 줄 알아요?', '연애는 해봤어요?' 등의 질문을 건네는 보통 미팅과 달리 송지원이라는 인물의 심리에 대한 생각을 제게 많이 물으셨거든요. 나중에 제가 물었을 때 감독님이 말하시더라고요. '인물에 대한 이해가 있으니 표현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내가 은빈이의 다른 면을 보일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1998년 데뷔이니 벌써 19년차, 출연한 작품만 50편 가량. 귀여운 아역부터 MBC 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연기한 노인까지. 놀라울 정도로 넓은 연기스펙트럼을 쌓아온 박은빈이지만 그녀에겐 깨고 싶은 연기의 벽이 있었다. '청춘시대'는 그 벽을 넘는 기회를 마련해준 사다리 같은 작품이었다.
"늘 작품을 할 때마다 허들을 뛰어넘는 기분이었어요. 작품마다 성취해내고 싶은 목표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이번 작품의 목표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캐릭터이고, 변화된 모습이니까 그 변화가 어색해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어요. 또 다른 캐릭터들은 어두운 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송지원이라는 캐릭터가 작품에 활력소가 되고, 시청자에게 에너지를 전하는 분위기 반전의 역할을 맡길 바랐어요. 다행히 그 점이 조금은 통하지 않았나 싶어요."
'청순', '단아'부터 이번 작품으로 얻게 된 '발랄함'까지. 연기의 폭만큼이나 자신을 향한 수식어를 늘려가고 있는 배우 박은빈. 그래서 물었다. 나중에는 어떤 수식어가 박은빈이라는 배우 앞에 붙길 원하나요?
"뭐가 좋을까요? '천의 얼굴'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이건 박은빈이 맡으면 잘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남들이 저의 한계를 미리 정해주진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유은재가 떠오르는 이미지를 넘어 자신만의 송지원을 만들어낸 박은빈.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엉뚱한 질문을 건네봤다. 어쩌면 지금의 모습과 가장 반대되는 듯한 강이나(류화영)와 같은 캐릭터에 도전하는 박은빈의 모습도 언젠가 만나볼 수 있을까?
"음…. 우선 강이나 역할은 몸매가 뒷받침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캐릭터는 얼마든지 연기할 수 있겠지만 하드웨어는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웃음) 소프트웨어는 이번 작품과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분석하면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박은빈.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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