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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끝내 울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참았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였을까. 향수리는 잠시 말을 잊었다. 그리고 이내 씩씩하게 말했다.
“제 꿈은 한국에서 배운 전통문화를 일본으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거예요. 재일교포 학생들에게 한국전통문화를 전승하고 싶어요.”
지난 3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 ‘제4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 초청된 전성호 감독의 ‘이바라키의 여름’ GV 현장. 향수리가 미래의 꿈을 밝히고 GV가 끝나자 관객들은 앞으로 나와 향수리의 어깨를 다독였다.
‘이바라키의 여름’은 일본 오사카의 건국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전통예술부 학생 9명이 한국의 전통예술을 갖고 오사카 대표로 전 일본 고등학교 종합예술발표대회에 참가하는 도전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향수리는 중, 고등학교 6년 동안 전통예술부 단원으로 활약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으로 묵묵히 버텼다. 대학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다. 현재 ‘소고’를 배우고 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 서 있다. 일본에선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한국에선 일본인으로 오해를 받는다. 엄연히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이유 만으로 일본인으로 불릴 때가 종종 있다.
한국인은 재일조선인과 재일한국인 등 재일동포를 ‘외지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는 아예 일본인으로 낙인 찍기도 한다. 당신의 낙인은 과연 올바른가.
재일동포는 일제 식민지와 분단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들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민족학교를 세웠고, 한국 역사와 문화를 가르친다. 향수리는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누가 그에게 일본인의 낙인을 찍을 수 있는가.
한국은 세계 4위 규모의 디아스포라 국가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일컫는 디아스포라는 최근 이주노동자, 입양아, 결혼 이주민, 이민자, 유학생, 난민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한국의 디아스포라는 700만명 이상이다.
한국인은 해외에 거주하는 디아스포라를 품어야한다. 그들은 다른 국가에 사는 ‘외지인’이 아니라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내지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 노동자, 결혼 이주민, 난민 등도 보듬어야한다. 그들 역시 한국의 역사, 문화, 언어를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공동체의 일원이다.
디아스포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 디아스포라를 존중과 관용으로 포용하는 것은 순혈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세계화 시대에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그것은 또한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 등에서 알 수 있듯, 점차 ‘경계긋기’로 역주행하고 있는 세계 질서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사진 제공 = 제4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인천영상위원회]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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