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절묘한 상호보완관계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묘수를 찾아냈다. 7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이현승과 홍상삼을 더블마무리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8일 잠실 LG전서 세이브 상황이 발생하자 김 감독은 이현승 대신 홍상삼을 선택, 1승을 챙겼다.
이현승은 확실히 좋지 않다. 최근 10경기서 블론세이브 3개에 두 차례 패전을 당했다. 세이브는 2개에 불과했다. 피안타율은 0.308, 평균자책점은 무려 7.20. 결국 7일 롯데전서는 10-4로 앞선 8회말에 등판했다. 그마저도 1이닝 1실점하며 깔끔하게 막아내지는 못했다.
홍상삼은 9월 3일 경찰청에서 제대했다. 4일 잠실 삼성전서 1⅔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단숨에 강력한 마무리 후보로 떠올랐다. 그에 앞서 이현승이 3일 잠실 삼성전서 ⅔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김 감독은 다음날 세이브 상황이 되자 이현승의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홍상삼을 투입, 의외의 성과를 봤다.
이때부터 '마무리=이현승' 공식은 파기됐다. 김 감독은 이현승이 6월 평균자책점 8.64로 부진했을 때도 7~8월 페이스 회복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현승이 최근 다시 난조에 빠지면서 김 감독도 결단을 내렸다. 홍상삼은 물론이고, 21일에는 세이브왕 출신 이용찬도 상무에서 제대한다. 이현승만을 마무리로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현승과 홍상삼은 상호보완관계다. 이현승으로선 홍상삼과 마무리를 함께 맡으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 분명한 건 김 감독이 이현승의 마무리 보직을 박탈한 게 아니라는 점. 아예 셋업맨으로 돌렸다면 베테랑 이현승이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은 이현승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을 택했다.
홍상삼도 홀로 마무리 투수를 맡는 건 다소 불안한 측면이 있다. 그는 경찰청 시절이던 작년 4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후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퓨처스리그와 1군은 다르다. 김 감독은 "수술을 받고 공을 많이 던지지는 않았다. 관리가 필요하다. 무리시킬 계획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철저히 보호하면서 기용하겠다는 의미다. 많은 이닝 소화는 물론, 연투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홍상삼은 4일 잠실 삼성전, 6일 부산 롯데전, 8일 잠실 LG전에 나섰다. 아직 연투나 2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는 없다.
결국 김 감독은 마무리로 홍상삼을 우선적으로 쓰되, 홍상삼의 투입이 여의치 않을 때 이현승을 마무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홍상삼은 구위는 좋지만, 제구가 정교한 스타일은 아니다. 8일 LG전 역시 그랬다. 제구가 많이 흔들릴 때를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하다.
두산은 18경기를 남겨뒀다. 2위 NC에 7.5경기 앞섰다. 정규시즌 우승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김 감독의 이현승-홍상삼 더블마무리 시스템 운용은 정규시즌뿐 아니라 사실상 한국시리즈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봐야 한다.
[이현승(위), 홍상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