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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고산자, 대동여지도' 속 바우는 해학적이지만 강직한 캐릭터예요. 영화를 처음 볼 때보다, 두 번째로 볼 때 더 좋더라고요. 너스레를 떠는 캐릭터만 해보다가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라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정말 만족해요."
'감초' 캐릭터를 논할 때, 영화계에서 김인권은 1순위 배우로 통한다.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스무 번째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지도꾼 김정호(차승원)의 옆에서 그와 티격태격 하면서도 지도를 만들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살아가는 순박한 캐릭터 바우 역에 캐스팅 고심을 겪었다.
"김인권 같은 배우 데려와"라고 시작했던 것이, 수많은 아이돌 후보를 거쳐 김인권으로 이어졌다. 결국 '김인권 같은 배우'는 없었고 강우석 감독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배우는 '김인권' 그 자체였다. 강우석 감독은 김인권의 데뷔작인 '송어'(1998)의 제작을 맡아, 김인권을 연극무대에서 영화판에 서게 한 은인이었다.
"정말 큰 은혜를 입은 거죠. 예전에 감독님의 영화 '투캅스'나 '마누라 죽이기'를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그런 분과 영화 작업을 하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편한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에 담기지 않을 장면은 전혀 촬영도 없더라고요. 철두철미하게 계산 하에 작품을 통제하시는 모습이 보였어요."
김인권은 강우석 감독을 가리켜 '경이로운 분'이라고까지 말했다. 대동여지도를 완성했을 때 김정호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철두철미함, 경이로움을 그는 강우석 감독에게서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강우석 감독은 김인권에게 명장면인 마지막 장면에서 자부심을 가지라며 조언해줬고, 그는 전날 잠을 설치면서 마음을 다잡아 촬영했다.
"잠을 거의 못잤어요. 지도에서 오는 감격, 예술 혼이 확 오니까 정말 확신이 들었어요. 이 장면은 관객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겠구나, 싶었어요. 감독님이 워낙 베테랑이니까, 어느 때는 '이게 완벽한 결과물이다'라고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정말 편했어요. 감독님이 제게 많이 맡겨주셔서 마지막 장면에서만 좀 부담이 됐죠."
김인권의 집에는, 그가 그동안 연기해왔던 작품들의 캐릭터 스틸이 곳곳에 걸려있다. 그 중에서도, 그동안 김인권은 강제규 감독의 영화 '마이웨이'(2011) 속 종대 캐릭터를 잊지 못해 현관에 걸어놨다. 이어 그는 '고산자, 대동여지도' 바우 스틸 또한 종대 못지 않게 소중한 캐릭터로 기억하며 집에 걸어놓을 생각이다.
"많은 분들은 '해운대'에서 컨테이너 박스에 떨어지는 제 모습을 기억해주시고,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볼편으로 머리찍는 장면도 기억을 해주세요. 어떠한 장면을 대중의 기억 속에 남긴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에요. 제게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정말 그만큼 기억에 남고 소중한 캐릭터예요. 숭고함과 해학, 희열을 느꼈어요."
[김인권.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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