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순 변화 없이 144경기를 치르는 건 불가능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타자들을 신뢰한다. 주전들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백업을 적극 활용한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은 타자들의 타순은 어지간해선 조정하지 않는다. 경기 직전까지 라인업 1~2자리를 놓고 고민할 때는 많다. 그래도 전체적인 틀은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도 시즌을 치르면서 어쩔 수 없이 몇 차례 큰 틀에서 타순을 조정했다. 144경기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타자들의 사이클이 몇 차례 큰 폭으로 바뀌었다.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엔트리 조정도 꾸준히 진행됐다.
최근 김 감독이 단행한 가장 큰 변화는 톱타자다. 올 시즌 두산에서 톱타자로 가장 많이 뛴 타자는 박건우다. 5월부터 8월까지 거의 톱타자로 뛰었다. 김현수(볼티모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톱타자 민병헌이 3번으로 이동했다. 올 시즌 주전 우익수로 자리매김한 박건우가 자연스럽게 톱타자를 맡았다.
그러나 박건우는 4일 잠실 삼성전부터 8일 잠실 LG전까지 7번, 5번, 6번(7~8일)에 각각 배치됐다. 대신 민병헌이 9일 잠실 LG전까지 5경기 연속 톱타자를 맡았다. 민병헌이 톱타자로 올라오면서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가 2일 잠실 kt전부터 7경기 연속 3번타자를 맡았다. 최근 두산 클린업트리오는 에반스~김재환~오재일로 운용된다. 9월 들어 오재원이 주로 2번타자를 맡았다.
제법 큰 틀의 변화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타선의 핵심 민병헌이 3번타순에서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다. 김 감독은 "3번에서 조금 막히는 느낌이 있었다. 좋지 않았다"라고 했다. 익숙한 톱타자로 돌아오자 페이스가 확연하게 살아났다. 20타수 9안타 4타점 맹활약. 민병헌은 자신의 타격은 물론, 상황에 맞는 팀 배팅에도 능하다. 하위타선과 중심타선의 유기적 흐름도 좋아졌다.
박건우도 근본적으로 톱타자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올 시즌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타격에 완전히 눈을 떴다. KBO리그에 타격이 강한 우타 외야수가 많지 않은 걸 감안하면 희소가치가 있다. 1번타순서 0.354 15홈런 6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건우가 공격적으로 치는 건 좋다"라면서도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향이 가끔 독이 됐다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톱타자는 승부처서 작전수행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지켜봐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1~2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스타일이라 흐름이 오히려 끊길 때도 있었다는 게 김 감독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밀한 컨택트 능력을 갖춘 3번타자 스타일도 아니다. 김 감독은 기존 3번 민병헌의 자존심까지 고려, 박건우를 6번에 배치했다. 그렇다고 해서 박건우 특유의 공격적 성향을 수정하려고 하면 그 장점까지 무너진다는 게 김 감독 설명이다.
김 감독은 박건우가 여전히 무릎에 약간의 통증을 안고 있는 걸 감안, 9일 LG전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무릎은 타격밸런스 유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부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배려였다. 당분간 민병헌 1번, 박건우 6번을 유지할 계획이다.
결국 이렇게 타순이 조정되면서 전반적으로 공격 흐름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다. 두산은 7~8일 LG전서 연이어 4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6~7일 롯데 원정서는 합계 17득점하는 등 전체적인 타격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다만, 최근 3번을 맡는 에반스 역시 전형적인 3번과는 거리가 있다. 에반스는 풀스윙을 즐긴다. 전형적으로 홈런과 삼진이 동시에 많은 스타일. 김 감독은 "에반스도 본래 6번 정도가 맞다"라고 했다. 하지만, "3번에서도 제 몫을 해주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에반스는 최근 10경기 0.375 4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타순을 가리지 않는 맹활약이다.
[민병헌(위), 박건우(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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