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최창환 기자] “야구라는 게 참 미묘한 스포츠다. 준비를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맞대결이 열렸던 지난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3연승 중이던 김성근 감독은 팀의 상승세를 복기하며 새삼 “야구라는 게 참 미묘한 스포츠”라며 웃었다.
이야기의 발단은 장민재였다. 장민재는 지난 10일 SK전에 선발 등판, 6⅔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 SK를 상대로 치른 6경기서 5승 평균 자책점 1.30. ‘SK킬러’다운 활약상이다.
이에 대한 양 팀 사령탑의 견해가 재밌다. 김성근 감독은 “사람과 사람이 그렇듯, 궁합 맞는 상대가 있지 않겠나. 장민재의 투구 패턴이 SK 타자들에겐 안 맞는 것 같다. 우리 팀이 넥센, kt에 약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전했다.
한화는 오는 25일 SK를 상대로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갖는다. 이변이 없는 한 장민재가 다시 선발 등판할 게 유력하다.
김용희 감독 역시 잘 알고 있는 바다. “한화에 약했던 게 아니라 장민재에게 약했다. 한화와 마지막 경기도 장민재가 무조건 나오지 않겠나. 지난 시즌 이재학(NC)에 약했던 것을 올 시즌에 극복한 만큼, 한 번은 이길 때가 있을 것”이라는 게 김용희 감독의 견해였다.
한화는 지난 11일 김회성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SK에 7-6으로 승, 연승 행진을 ‘4’로 늘렸다. 14-0 승리를 거둔 10일 경기에 이어 또 다시 공격력을 앞세워 SK를 제압한 것이다.
사실 10일 경기는 점수 차가 14점에 달했지만, 양 팀의 명암은 찰나에 갈렸다. 한화는 2-0으로 앞선 3회말 1사 만루서 신성현이 3루수 땅볼에 그쳤지만, SK 3루수 최정이 실책을 범해 병살타 위기를 모면한 것.
무득점으로 3회말을 마칠 뻔한 상황서 반대로 2득점을 올린 한화는 이후 하주석, 허도환의 적시타를 더해 7점차로 달아나며 3회말을 마쳤다. 사실상 승부가 갈리는 순간이었다. 김용희 감독 역시 이 상황에 대해 “병살타로 이닝이 마무리됐다면, 승부가 어떻게 됐을지 몰랐다”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김성근 감독도 이 장면을 승부가 갈린 결정적 장면으로 봤다. SK와의 재대결을 앞두고 송광민을 불러 경기를 준비하고, 대하는 자세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배경이었다(하지만 공교롭게도 송광민 역시 11일 SK전서 실책을 범해 병살타 상황을 놓쳤다).
김성근 감독은 날짜를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 8일 kt 위즈전 얘기도 꺼냈다. 당시 한화는 0-1로 뒤진 7회초 심수창이 이진영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진영은 볼카운트 0-1에서 심수창의 2~3구를 연달아 파울로 연결했고, 4구를 기어코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로 연결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감독은 “이진영이 심수창의 습관을 잘 읽고 있다. 2번째 파울이 나왔을 때 엄청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며 ‘설마’했는데 결국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라고 돌아봤다. 김성근 감독이 강조한 ‘준비’에 대한 연장선상의 얘기일 터.
김성근 감독은 이어 반대로 준비가 잘 이뤄져 효과를 본 장면에 대해서도 얘기를 꺼냈다. 지난 9일 kt전. 리드오프로 기용된 이용규는 1~3번째 타석 모두 내야 땅볼에 그쳤다. 4번째 타석은 중견수 플라이. 하지만 9회말 1사 만루서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진 장시환의 커브를 공략, 끝내기 안타로 연결했다.
“이용규가 계속 내야땅볼에 그쳤던 것은 타격 시 오른쪽 다리를 올리는 타이밍이 빨랐기 때문”이라고 운을 뗀 김성근 감독은 “3번째 타석 후 다리 올리는 타이밍을 늦추거나 낮게 올리라고 했다. 4번째 타석에서 다리를 내딛는 게 달라져 타구가 외야까지 갈 수 있었고, 마지막 타석에서 변화구 타이밍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4연승을 질주하며 공동 5위 그룹(KIA 타이거즈, LG 트윈스)과의 승차를 2.5경기로 좁힌 7위 한화는 9월 셋째 주에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이용규가 지난 11일 SK전서 타구가 종아리에 맞는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금세 털어내고 복귀할 수도 있지만, 정반대의 경우라면 한화로선 타격이 상당히 클 터.
“준비를 얼마나 했는지에 승부가 갈린다”라고 강조한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이용규의 부상이라는 변수도 극복, 중위권 도약을 향한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한화는 오는 13일부터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원정 2연전을 치른다.
[김성근 감독(상), 이용규(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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